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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Apr 01. 2024

부활절 뽀개기_240330-31

미국생활 225-6일 차




크리스마스나 추수감사절이야 큰 행사일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부활절은 생각도 못했었다. 딸내미 학교가 부활절로 금/ 월을 쉬길래 ‘부활절이라고 이틀이나 쉬네?’, ‘힘든 연휴가 되겠군’ 정도로 생각했었다. 원래는 여행을 갈까도 생각했었고.


하지만 그러지 않길 잘했다. 여기저기서 초대해 준 덕에 부활절 뽀개기를 할 수 있었다.



   

1. 에그 헌팅


토요일, 일요일 두 번에 걸쳐서 에그 헌팅을 했다. 토요일은 파이퍼네가 불러줘서 파이퍼네 동네 커뮤니티 가든에, 일요일은 시드니네가 불러줘서 시드니네 교회에서 하는 걸 갔다.


토요일의 에그 헌팅


나는 토요일 아침에 계란 프라이를 하면서 ‘에그 헌팅하면 삶은 계란 많이 먹게 될 텐데 계란은 하지 말 걸 그랬나…’ 했는데, 여기 에그 헌팅은 다 플라스틱 계란으로 했다 ㅋㅋ 알록달록한 플라스틱 계란을 열면 작은 초콜릿이나 액세서리, 스티커 등이 나왔다.


철조망 안의 파란 계란 같이. 토요일 에그 헌팅 시작을 기다리는데, 아이들이 시작도 전에 에그 헌팅을 시작하려고 호시탐탐 노렸다 ㅋㅋ


토요일 동네 커뮤니티 가든에서 하는 행사는 가든 여기저기에 달걀을 숨겨놨다. 주어진 바구니를 하나 가득 채워갈 수 있었다. 달걀을 꼭꼭 숨겨둘 줄 알았더니 아이들 대상이라 그런지 여기저기 흩뿌려둔 정도였다. 행사장에는 서너 가지 크래프트 행사도 있어서, 토끼 머리띠를 만들거나 페이스 페인팅을 할 수도 있었다.


이런 색칠하기도 있고 ㅎㅎ


일요일 교회에서 한 행사는 간단하게 교회 정원에 계란을 잔뜩 모아두고 열두 개씩 가져가게 했다. 간단한 형식이었지만, 아이는 초콜릿을 모아 좋아했고 어차피 시드니네의 부활절 식사 초대의 시작일 분이었다.




 2. 부활절 식사


부활절에는 보통 양고기를 먹는다고 했다. 예수님이 목자라서 그렇다는데, 양을 기리면서 먹는 게 조금 어색하긴 했다 ㅎㅎ 아무튼 양고기 오븐 구이와 줄기콩, 옥수수와 빵을 먹었다. 레몬즙과 로즈메리, 소금, 후추 등에 오래 절여두고 딱 맞게 구워내서 그런지 엄청 맛있었다.


제대로 된 상차림!


밥도 잘 챙겨 얻어먹었고, 아이도 시드니와 3시간을 내리 신나게 놀아서 뿌듯했다. 이 집에서는 핼러윈, 크리스마스에 이어 부활절에도 초대를 해줬고, 곧 유대교 명절인 Sedar에도 초대해 주는데 엄청 고맙다.


이번에는 뭘 가져갈까 하다가, 이 부부가 초콜릿을 좋아하는 것 같아서 스위스 초콜릿 전문점인 레더라에 갔었다. 부활절이라고 토끼모양 초콜릿이 엄청 많아서 그걸 두 마리 샀다. 오래간만에 초대 선물을 제대로 고른 것 같아 뿌듯했다. 내 돈 주고 절대 안 살 것 같은 거. 그게 젤 좋은 선물이지 ㅎㅎ


내가 사놓고 넘나 뿌듯함 ㅎㅎ




 3. Easter Bonnet festival (부활절 모자 축제)


원래 여기에 같이 가는 대신 여행은 가지 않기로 (여행도 싫어하고 축제나 퍼레이드도 싫어하는) 남편과 딜을 했었다. 하지만 어젯밤 남편은 ‘대체 그런데 왜 가는지 모르겠다’, ‘애랑은 그런데 못 간다’라고 급작스럽게 딜을 깨버렸다. 배신자…


아이랑 가면 좋을 것 같은데, 나 혼자 복잡한 데서 아이를 건사할 컨디션까지는 안돼서 아예 가지 말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 보니 계속 아쉬움이 남을 것 같아서 있어 봤자 남편 째려보기나 할 것 같고 초대 선물도 사야 해서 얼른 다녀왔다.


요런거 보러 ㅎㅎ


화려했다. 다운타운의 성 패트릭 성당 앞이 기점이었는데, 그 500미터쯤 전부터 화려하게 꾸민 사람들이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말이 모자 축제지 꾸민 사람들은 머리끝부터 발 끝까지 완벽하게 치장했다. 누가 이렇게 꾸미고 나오나 싶었는데, 아티스트 같은 사람들도 30% 정도 있었다. 자기 홍보 목적으로 옆에 QR 코드를 달고 나오거나 명함을 건네기도 했다. 꾸미고 온 사람들 모두 사진 촬영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서로 이스터 인사를 나눠서 재밌었다. 마치 연예인을 보고 있는데, 거리낌 없이 인사 나누고 소통하는 느낌.


강아지도 화려하게 꾸며나오기도 했다. 저 패티큐어 디테일 보소


가장 복잡한 성 패트릭 성당 계단 위에는 정신이 없는데, 그 아래에는 좀 여유가 있어서 유모차를 끌고 나오거나 어린아이를 데리고 와서 사진 찍는 이들도 간간히 있었다. 딸내미 생각이 막 났다 ㅠ 애가 좀 더 크면 아예 조금 꾸미고 데리고 나와서 사진을 많이 찍어줘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땐 우리가 여기 없겠지만. 다음에는 이런 행사가 있으면 혼자라도 데리고 나와 봐야지.


성당 계단 위는 정신 없긴 했다만


플라스틱 달걀을 엄청나게 쓰는 걸 보면서 이렇게 또 엄청난 쓰레기들이 만들어지는구나 싶었지만, 그래도 즐거운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번에도 역시 우리나라도 좀 더 적극적으로 즐기고 살면 좋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변화가 쉽사리 오진 않겠지만, 돌아가면 나라도 자꾸 이런 이벤트를 만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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