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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나도 아프고 남편도 아프다_240517-18

미국생활 274-5일 차

by 솜대리



15일에서 16일로 넘어가는 새벽부터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16일에는 괜찮겠거니 했는데, 17일까지 이어지니 좀 겁이 났다. 화장실을 가는 빈도는 줄었지만 가만있어도 배가 싸했고, 자꾸 설사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덕분에 17일에는 오랜만에 하루종일 집콕을 했다.


그래도 4시 반쯤 아이가 가라테까지 마치고 집에 올 즈음에는 정신이 들었다. 그래서 남편 달리기도 보내고. 그런데 이번엔 남편 컨디션이 안 좋아졌다. 달리기 할 때까지 멀쩡하더니 그때부터 열이 났다; 아니 생전 고질병 (관절염) 외에는 아픈 일 없는 사람이, 배탈 나은 지 10일 만에 다시 열이 나다니.


그나마 내가 버틸 만 해져서 다행이었다. 버틸 수밖에 없긴 했지만. 17일에 남편이 달리기를 가고부턴 남편이 집에 있어도 내내 독박 육아였다. 18일 오후가 되니 피곤한지 아랫배가 당겼다. 그나마 오늘 아이 학교에서 축제를 해서 중간에 페이스 페인팅, 아트 크래프트 등을 하면서 3시간 잘 버텼다.


비눗빙울도 하고


분명 여기 와서 남편의 생활은 더 좋아졌다. 4시간 반 잘까 말까 하던 사람이 7시간은 넘게 꼬박꼬박 자고, 회사도 안 다니니 스트레스도 적고 우울증도 나았고, 음식도 내가 균형을 생각해서 잘 챙겨 준다. 정확한 이유가 없으니 긴장됐다. 어디가 안 좋은 건 아닐까 한국에 들어가야 하나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나이가 든 건가.


아트 크래프트 중인 딸내미


남편도 나를 보며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나이 때문에 이번 임신을 훨씬 힘들어하는 것 같다고, 이럴 거면 한국 가서 낳자고 더 크게. 주장했어야 한다고 한다. 사실 그건 내 나이보단 여기 있으면서 잘 챙겨 먹기 힘들고 친정 도움도 못 받아서 그런 게 큰 것 같긴 하지만. 남편은 어쨌건 뉴욕에서 낳기로 한 결정이 잘 못 되었다고 생각하겠지 ㅎㅎ


축제 덕에 차 없는 거리가 되서 아스팔트에 그림도 그리고. 아이는 잘 있었다 ㅎㅎ (차도에 죽은 쥐가 세마리는 있었다 … 이 노무 뉴욕 ㅠㅠ)


아무튼 이제 둘째도 태어나는데 큰 일이다. 우리가 이렇게 나이 들어가는데 우리 부모님들은 더 그렇겠구나 싶기도 하고. 삶의 난이도는 점점 높아만 지는 것 같다. 딸내미를 낳기 전에는 회사 생활도 결혼 생활도 모두 적응도 했겠다 삶의 난도가 낮아진 거 아닐까라고 생각했는데, 그땐 참 어렸던 것 같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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