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 277-8일 차
2주의 방학이 끝나고 여름학기가 시작됐다. 뭘 딱히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방학 어디 갔지 ㅎㅎ (생각해 보면 졸업식 관련 행사들에 참석하고, 남편과 번갈아 가며 아프고, 남편 핸드폰을 고쳤다. 가고 싶었던 여행을 못 간 건 좀 아쉽지만, 아팠기 때문에 오히려 어딜 갔으면 안 됐을 것 같다.)
여름에는 수업을 적게 들어서 월, 화, 목요일에만 하나씩 수업이 있다. 수업들이 다 과제나 조모임이 많긴 하지만, 확실히 여유로울 것 같다. 수업들도 주로 온라인으로 진행이 되고, 온라인 수업을 들으러 학교 도서관에 가도 텅텅 비어있거나 공사 중이라서 정규 학기 때와는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여유가 있으니 더욱 이 학기에서 뭘 얻어갈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생각한 건 3가지.
1. 교양 수업 듣기
처음에는 최대한 학기는 대강 보낼 생각이었는데, 또 공부하고 싶은 걸 맘 편하게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시간이라는 생각도 들어서 교양 수업도 두 개 듣는다.
상반기에는 일할 때 꼭 필요할 것 같은 에너지 관련 수업, 하반기에는 뉴욕 박물관들의 문화 사회적 맥락에 관한 수업을 신청했다. ㅎㅎ 어차피 졸업은 할 테니 학점은 걱정하지 않고, 평소 자기 계발하는 마음으로 부담 없이 들어보기로 했다. 특히 에너지 수업은 힘들기로 유명하고 박물관 수업은 전혀 사전 정보도 없는 데다 신청자도 적어 좀 걱정은 되지만, 그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 기대만 된다.
2. 기후 뉴스 보기
기후 전공을 했지만, 기후 석사라기엔 아직 부족한 것 같아 개인적인 공부도 더 해보려고 한다. 드문드문 보던 기후 관련 뉴스를 챙겨보기로 했다. FT Climate 세션에 하루에 두세개 씩 기사가 올라오는데, 그 기사는 모두 훑어라도 볼 생각이다.
영어와 시사 상식을 위해, 1면과 Big reads (특집기사)도 매일 훑어보고.
3. 잘 놀기
그렇게 좋다는 뉴욕의 문화와 멋진 여름을 잘 누려야지. 남편은 과한 플렉스라고 걱정하지만… ㅎㅎ 여행도 한번 더 가고. 맛집도 좀 더 열심히 갈 생각이다. 돌아가서 열심히 벌게!
오늘은 여기에 있는 같은 회사 언니들과 미드타운에서 만났다. 몇 번이나 지나가면서 예쁘다고 생각한 가게였다.
인당 음료 하나, 메뉴 하나 시키고 디저트 한 개 나눠 먹었더니, 인당 80불이 넘게 나오는 어마무시한 곳이었지만…. 분위기도 서비스도 맛도 좋았다. 뉴욕에도 맛있는 음식들이 있다. 너어무 비싸서 그렇지.
돌아오는 길에 MOMA도 들렀다. 티켓도 무료고 가까우니까 부담 없이 한 시간만 둘러보고 나왔다.
(1) 중남미 작가들의 가구 디자인을 감상하고 (난 언제 그런 가구 모아보나 ㅎㅎ 한국 가서도 임시로 부모님 댁에 살거라 당분간은 어려울 것 같다.)
(2) 독일의 근현대 여성 작가 KATHE KOLLWITZ 작품을 보면서 감탄하고 (전쟁이나 실업 같은 각종 사회 문제를 비판하면서 그 문제로 인해 고통받는 여성/ 아이들을 그렸다. 그 시대 기준으로 참신한 접근이었던 듯),
(3) 내가 좋아하는 20세기 초반 서양화를 보러 가서는 빈센트 반 고흐와 폴 세잔의 작품을 N번째 감상하고, (폴 세잔의 정물화는 언제 봐도 마음이 차분해지는 게 참 좋다.)
(4) 중간중간 살짝 새로 놓인 작품들을 보며 감탄했다. (피카소의 작은 그림 하나가 새롭게 전시 됐는데, 색깔 조합이 예뻐서 한참을 봤다.)
부담 없이 자주 갈 수 있는 미술관이 있다는 게 참 좋고, 그게 MOMA일 수 있다는 게 참 행복하다. DC에 놀러 갔을 때 조르주 쇠라의 실물 그림을 보고 감탄했는데, 조만간 MET에 소장된 조르주 쇠라의 그림들을 보러 또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