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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여름 학기 시작_240520-1

미국생활 277-8일 차

by 솜대리



2주의 방학이 끝나고 여름학기가 시작됐다. 뭘 딱히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방학 어디 갔지 ㅎㅎ (생각해 보면 졸업식 관련 행사들에 참석하고, 남편과 번갈아 가며 아프고, 남편 핸드폰을 고쳤다. 가고 싶었던 여행을 못 간 건 좀 아쉽지만, 아팠기 때문에 오히려 어딜 갔으면 안 됐을 것 같다.)


여름에는 수업을 적게 들어서 월, 화, 목요일에만 하나씩 수업이 있다. 수업들이 다 과제나 조모임이 많긴 하지만, 확실히 여유로울 것 같다. 수업들도 주로 온라인으로 진행이 되고, 온라인 수업을 들으러 학교 도서관에 가도 텅텅 비어있거나 공사 중이라서 정규 학기 때와는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텅 빈 캠퍼스를 혼자 누리는 기분도 나쁘진 않다.


여유가 있으니 더욱 이 학기에서 뭘 얻어갈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생각한 건 3가지.



1. 교양 수업 듣기


처음에는 최대한 학기는 대강 보낼 생각이었는데, 또 공부하고 싶은 걸 맘 편하게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시간이라는 생각도 들어서 교양 수업도 두 개 듣는다.


상반기에는 일할 때 꼭 필요할 것 같은 에너지 관련 수업, 하반기에는 뉴욕 박물관들의 문화 사회적 맥락에 관한 수업을 신청했다. ㅎㅎ 어차피 졸업은 할 테니 학점은 걱정하지 않고, 평소 자기 계발하는 마음으로 부담 없이 들어보기로 했다. 특히 에너지 수업은 힘들기로 유명하고 박물관 수업은 전혀 사전 정보도 없는 데다 신청자도 적어 좀 걱정은 되지만, 그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 기대만 된다.



2. 기후 뉴스 보기


기후 전공을 했지만, 기후 석사라기엔 아직 부족한 것 같아 개인적인 공부도 더 해보려고 한다. 드문드문 보던 기후 관련 뉴스를 챙겨보기로 했다. FT Climate 세션에 하루에 두세개 씩 기사가 올라오는데, 그 기사는 모두 훑어라도 볼 생각이다.


영어와 시사 상식을 위해, 1면과 Big reads (특집기사)도 매일 훑어보고.



3. 잘 놀기


그렇게 좋다는 뉴욕의 문화와 멋진 여름을 잘 누려야지. 남편은 과한 플렉스라고 걱정하지만… ㅎㅎ 여행도 한번 더 가고. 맛집도 좀 더 열심히 갈 생각이다. 돌아가서 열심히 벌게!


그냥 걸어 다니기만 해도 좋은 (가끔 맑은 때의) 뉴욕 날씨. 이젠 꽤 덥다.


오늘은 여기에 있는 같은 회사 언니들과 미드타운에서 만났다. 몇 번이나 지나가면서 예쁘다고 생각한 가게였다.


가게 분위기가 일단 엄청나다.


인당 음료 하나, 메뉴 하나 시키고 디저트 한 개 나눠 먹었더니, 인당 80불이 넘게 나오는 어마무시한 곳이었지만…. 분위기도 서비스도 맛도 좋았다. 뉴욕에도 맛있는 음식들이 있다. 너어무 비싸서 그렇지.


촉촉하게 조리한 관자 요리 ㅠㅠ (관자 4개에 약 5만원…)


돌아오는 길에 MOMA도 들렀다. 티켓도 무료고 가까우니까 부담 없이 한 시간만 둘러보고 나왔다.


(1) 중남미 작가들의 가구 디자인을 감상하고 (난 언제 그런 가구 모아보나 ㅎㅎ 한국 가서도 임시로 부모님 댁에 살거라 당분간은 어려울 것 같다.)

이상하게 이 인테리어(?) 작품이 끌리더라.


(2) 독일의 근현대 여성 작가 KATHE KOLLWITZ 작품을 보면서 감탄하고 (전쟁이나 실업 같은 각종 사회 문제를 비판하면서 그 문제로 인해 고통받는 여성/ 아이들을 그렸다. 그 시대 기준으로 참신한 접근이었던 듯),

제목: 실업


(3) 내가 좋아하는 20세기 초반 서양화를 보러 가서는 빈센트 반 고흐와 폴 세잔의 작품을 N번째 감상하고, (폴 세잔의 정물화는 언제 봐도 마음이 차분해지는 게 참 좋다.)


이거보다 더 작은 사이즈 정물화를 더 좋아하는데 그건 들어가고 없었다. 작품의 변화를 눈치 챌만큼 자주 오는 미술관이 생기다니 ㅎㅎ


(4) 중간중간 살짝 새로 놓인 작품들을 보며 감탄했다. (피카소의 작은 그림 하나가 새롭게 전시 됐는데, 색깔 조합이 예뻐서 한참을 봤다.)


그림자나 명암을 여러 색을 섞어 선으로 표현한게 (이 작품에서 특히) 참 좋았다.


부담 없이 자주 갈 수 있는 미술관이 있다는 게 참 좋고, 그게 MOMA일 수 있다는 게 참 행복하다. DC에 놀러 갔을 때 조르주 쇠라의 실물 그림을 보고 감탄했는데, 조만간 MET에 소장된 조르주 쇠라의 그림들을 보러 또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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