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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May 31. 2024

이만하면 됐다 주의_240530

미국생활 286일 차



나는 항상 아슬아슬하게 상위권을 유지해 왔다. 예를 들어 중학교 때는 반에서 5등 정도 했는데, 그 정도면 잘하긴 잘하지만 제일 잘하는 정도는 아니었다. 고등학교도 아슬아슬하게 특목고 범주에 드는 곳이었고, 대학도 대학원도 마찬가지다. 직장(소득)도 그렇고.


남편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자기는 상위 10% 팔자라고. 학창 시절 성적도, 달리기 성적도 모두 그렇다고 했다. 남편은 10%가 자기 팔자라고 했지만 나는 내 성향인 것 같다. 성향도 타고 나는 거긴 하지만.





나에겐 항상 ‘이만하면 됐다’ 라인이 있다. 내가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수준까지 노력하고, 그 후에는 여력이 있어도 더 이상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중고등학교 시험 기간에도 잠은 꼬박꼬박 제시간에 잤고, 대학원도 가벼운 마음으로 괜찮아 보이는 곳에 지원해 보고 그걸로 만족했다. 더 준비해서 더 좋은 곳에 도전해 볼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지 않았다.


이번 여름학기 수업을 들으면서 나의 이런 성향을 새삼 깨달았다. 여름 수업은 그냥 자기 계발 강의라고 생각하고 들으려고 했다. 하지만 어느덧 예습도 하고, 수업 중 발표도 해보려고 애쓰고 있었다. 학점을 잘 안 주는 수업인데, 임신을 핑계로 청강으로 돌려볼 수도 있었지만 그러면 집중해서 듣지 않을 것 같아 그러지 않았다.


그렇다고 엄청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다. 예습을 한다고 해봤자, 누군가 공유해 준 교재 요약본을 대강 눈으로 훑는 정도고, 지금도 억지로 보다가 이 일기를 쓰고 있다. ㅎㅎ


볕이 좋아서 집 앞 성당에 나와서 하는 중 ㅎㅎ 여름의 학교 근처는 텅텅비어서 여기도 아무도 없다. 벤치에 노트북을 올리고 땅바닥에 앉아서 하고 있다 ㅎㅎ


예전에 부서에서 팀빌딩 차원에서 성격 테스트를 한 적이 있다. 남이 나를 평가하는 부분도 있었는데, 같이 일하는 분이 나에게 나는 내 기준이 있어서,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내가 쏟고 싶은 만큼의 에너지는 쏟는다. 같은 평가를 해주신 적이 있다. 그거랑 나의 이만하면 됐다 주의는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이름을 날리거나 큰 성공을 할 일은 없겠지만, 나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지금이 마음에 든다. 그러니 지금까지 이렇게 살겠지만. ㅎㅎ 앞으로는 기준을 조금 더 나에게 맞출까 (더 나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까) 싶기도 하고. 이만하면 됐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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