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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Jul 10. 2024

뉴욕메트로폴리탄뮤지엄(MET)의 충격_240710

미국생활 325일 차



박물관 수업의 첫 필드트립으로 뉴욕메트로폴리탄뮤지엄(MET)을 갔다. MET은 워낙 자주 갔고 관련 책도 보긴 했지만, 전문가에게 듣는 MET 설명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인종 차별 중에 제일 골치 아픈 류는 본인 스스로는 굉장히 진보적인 사람이라고 여기지만 생각의 근저에는 우월주의가 깔린 사람들이다. 일기에 쓴 적 있는데 교수 중도 그런 사람이 있었가. 개발 프로젝트에 대해 가르치는데, 프로젝트 진행에 있어 과학적인 접근을 강조하면서 그 접근방식을 반드시 ‘서양식’ 과학적 접근이라고 불렀다. 한 학기 내내 지역 주민들과의 연계와 전통 방식의 존중을 얘기했지만, 과학적 접근에 대해서는 반드시 서양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말만 그렇게 한게 아니라 교재에도 그렇게 적었다.) MET은 마치 그런 사람이 박물관이 된 것 같았다.


MET 1층의 양쪽 주 전시실에는 서양 문화의 근간이 되는 그리스/로마, 이집트 관이 각각 자리잡고 있다.


MET은 이집트와 아프리카를 분리해 생각하고 이집트는 유럽의 일부라고 본단다. (하지만 동시에 ‘진보적’ 이라, 이집트인 - 아프리카인, 이집트 문화 - 아프리카 문화가 얼마나 유사한지에 대해서도 설명하는 세션이 있다고 한다?!) 참고로 이집트를 제외한 아프리카 작품들은 아프리카 관이 아니라 후원자의 이름을 딴 록펠러관에 태평양 원주민, 남미 작품들과 전시되어 있단다.


일층 구조도. 메인 전시실 양쪽이 그리스로마, 이집트관이다. 체크 한 곳은 이름없는 아프리카, 태평양 원주민, 남미관. 화살표는 2층 메인 전시실로 올라가는 메인 계단


그리고 후원자들의 이름이 무수히 박혀있는데 메인 계단을 거쳐 2층에 올라가면, 거대한 그림이 유럽 회화관 앞에 있다. 로마군들이 승전 행보를 하며 정복지에서 수집한 예술품들을 로마로 가져오는 그림이다. 도슨트를 진행해 준 게스트 스피커의 얘기로는 그 그림은 적어도 30년은 넘게 거기에 있었단다.


그 그림과 앞에 전시된 조각품


MET의 중심에 거대하게 자리한 그 그림이 너무 노골적이라 그런지, 최근 큐레이터들이 몇 개의 조각 작품을 그 앞에 전시하고 새로운 해석을 시도했다. 조각품들은 주로 로마와 영향을 주고 받은 로마 식민지들의 작품이었다. 로마의 식민지배가 여러 문화가 융합되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맥락일수도 있지만, 로마의 식민지배와 탈취를 합리화하고 문화 발전에 있어 로마의 역할을 치켜세우는 맥락일수도 있다. 그리고 그 맥락 속 로마의 역할은 ‘세계를 대변하는 박물관‘인 MET의 역할과 너무 겹쳐보였다.


화살표 계단으로 올라오면 동그라미 친 유럽 회화관 앞(체크 표시한 곳)에  전시되어있다.


게스트 스피커로 온 교수의 해석이지만, 너무나도 합리적인 해석이었다. 그리고 그 해석이 맞다면, 미국의 가장 중심에서 모든 엘리트들의 사랑을 받는 MET의 저변에 그런 사고가 깔려 있다는게 너무 충격이었다. (물론 모두가 동의하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그게 아직까지 핵심 기조라는게 무섭다.) 전에 미국 외교부 직원들과 저녁을 먹으며, 그들이 어떤 시선으로 다른 나라 사람들을 보는지 들었을 때와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나 같은 소수 인종은 미국에서 적어도 내 세대에서는 메이저가 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도 도굴품에 대한 여러가지 문제와 (도덕적 문제 뿐 아니라 미술사 연구에 미치는 영향도) 도굴품을 반납하는 과정에서 각 부문과 큐레이터 세대 별로 있는 갈등 등에 대해서도 들었다. 역시 잘 아는 사람과 박물관에 오는게 최고다. 수업이 마치고도 원하는 사람은 게스트 스피커 및 교수와 한시간 정도 더 머무를 수 있었는데, 내 컨디션을 고려해 집에 와야했다. 아쉬워라. 남은 세번의 박물관 방문도 기대된다. 들어보길 잘했다 박물관학 수업!


캄보디아관. 반납된 작품의 빈자리(원)와 여전히 전시된 도굴품 (세모), 이 이슈를 묘사하는 현대 미술 작품 (체크)이 함께 있다. 요즘 캄보디아 도굴품이 업계서 가장 이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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