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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Jul 10. 2024

휴식기란 없다_240707-8

미국생활 323-4일 차



학위 과정이 조금씩 끝물로 접어들고 여유가 생기니, 이제는 개인사로 바쁘다. 3가지 일이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1. 출산 용품 챙기기


출산 후 도움을 주시기 위해 2주만 있으면 한국에서 부모님이 오신다. 그 김에 육아 용품이나 먹거리 등을 공수하려니 바쁘다. 미국에도 육아용품은 다 있지만, 한국에서 사는 게 여러모로 좋다. 한국산을 사는 장점은 3가지가 있다. (이것도 3가지네 ㅎㅎ)


(1) 편하다.

미국서 사려면 처음부터 다 다시 시작해야 된다. 신생아 때는 뭘 입히는지 (배냇저고리를 영어로 뭐라고 할지도 모르겠고, 무엇보다 여기선 배냇저고리 자체가 없다.) 어떤 걸 사는 게 좋을지 전혀 모르겠다. 조금씩 찾아보고는 있지만 그거보다는 한국에서 공수하는 게 편하다.


어떤 경우에는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다른 점이 있는데, 예를 들어 여기 모빌은 거치대가 없다! 아이를 땅에 눕히기 보단 거의 아기 침대에 둬서, 아기침대에 모빌을 부착한다고 한다.


(2) 품질이 좋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아기 옷은 오가닉 무형광 순면이 많다면, 여기는 드문드문 오가닉이 있는 정도다. 아기 씻기는 것도 한국은 전 성분 공개 + 약산성이라면 여기는 그냥 ‘아기용’이라고 써놓았다.


(3) 싸다.

뭐든 한국이 싸다. 하다못해 내가 미국서 쿠팡 직구로 사던 영양제도, 여기 현지서 사는 것보다 쿠팡 직구로 사는 게 더 싸기도 하다.


거기에 임신기간 내내 먹고 싶었던 영양 찰떡, 직접 짠 들기름 등등이 추가되다 보니 어마어마한 리스트가 완성되었다. 다 가지고 오실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ㅎㅎ 짐을 싸보고 우선순위에 따라 빼는 물건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이 엑셀을 또 다시 하고 있다니 ㅎㅎ



2. 주 3회 병원 다니기


사소한 이슈로 주 3회는 산부인과 관련 진료를 보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빈혈인데, 첫째 때는 빈혈이 왔어도 철분을 챙겨 먹으니 바로 나았는데 이번에는 영양제를 먹어도 전혀 차도가 없었다. 결국 병원에서 링거를 맞기 시작했다. 낮 기온이 30도를 넘어가는데 뚜벅이로 병원에 다니려니 쉬운 일이 아니다. 한번 다녀오면 한나절 다 지나가고.


그래도 다행인 건 병원은 엄청 쾌적하다. 링거는 1인실의 편안한 소파의자에서 맞는데, 링거를 꽂고 나면 앞에 테이블을 가져다주고 원하는 스낵도 가져다준다. 스낵 종류도 잼 샌드위치, 과일, 요구르트 등 다양하고, 사과를 시켰더니 간호사가 무려 직접 씻어서 가져다줬다. ㄷㄷ 미국 와서 이런 서비스는 기대해 본 적도 없어서 그런지 더 감동이다. 병원 다니고 처치하는 건 귀찮지만, 나름의 상쇄 거리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철분액이 붉은 색이다. 처음엔 얼핏보고 내 피가 역류한 줄 알고 깜짝 놀랐다 ㅋㅌ


3. 이사 준비하기


이게 사실 가장 큰 골칫거리다. 이제 출산이 1달 반도 남지 않았다. (헉) 뉴욕은 한국과 달리 거의 이사일에 임박해서 방을 내놓고 거래하는 경우가 많아서 지금까지는 그냥 거래 사이트를 지켜만 봤는데 이제는 진짜 구해야 된다. 몇 달간 지켜보긴 했지만 지켜보기만 할 때랑 진짜 내 일로 고민하고 상담할 때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불과 4-5일 바짝 들여다봤는데 남편도 나도 지쳤다. ㅎㅎ


지친 이유 중 하나는 말도 안 되는 가격 때문이기도 하다. 요즘 인터넷에 자꾸 뉴욕과 서울 물가를 비교하는데, 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 비교다. 물가를 구성하는 수많은 요소 중 유일하게 서울이 뉴욕과 비견할 만한 식재료 물가만 쏙 뽑아서 비교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쪽은 100년 넘은 건물에 바퀴벌레가 득실득실한 방 두 칸짜리 (거실은 거의 없음) 월세가 500이 넘는데, 우리는 단기 렌트로 빌리려고 하니 더 구하기가 어렵다. (비싸진다.) 엄청난 지출이 눈앞에 보이니 어질어질하다. 그 돈을 주고도 잘 구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고. 다음 주까지는 이만 정하고 싶다.




7월이 지나면 이 바쁜 것도 다 가시겠지만, 그럼 또 출산 대기/ 출산/ 신생아 육아/ 한국행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요새 남편이 (이사와 출산을 앞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내려놓기를 실천하기 시작하면서 부부 갈등의 횟수가 현저히 줄었다. 그렇게 선순환의 물꼬를 트니 부부 사이 자체도 좋아지고. 감사한 일이다. 여유가 생기려나 싶다가도 바쁘고, 정신없나 싶다가도 다행인 일이 생기고. 진짜 삶은 다이내믹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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