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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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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Jul 21. 2024

한숨 좀 놔도 되나_240719

미국생활 333일 차



오늘은 출산을 위한 보험, 출산 후 나와 둘째의 보험, 귀국 비행기와 둘째 베시넷 문제를 해결했다. 출산을 제외하고는 집/ 보험/ 귀국이 가장 큰 문제였는데 그걸 다 해결하고 나니 이제 마음이 좀 놓인다.


자기 전에 이런 것도 보고… ㅎㅎ


진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왜 이렇게 바빴나 생각해 보면,


일단 (1)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임신 말기 + 출산 준비만 해도 바쁜데, 학교 다니지 미국에 남아 출산하면서 이사/ 보험 등 각종 행정문제 처리해야 했지.


게다가 (2) 미국에서 뭘 처리하는 게 힘들다. 우리나라처럼 온라인으로 되는 게 딱히 없고 어지간하면 다 고객센터에 전화를 해야 한다. 함정은 고객센터에 전화 연결하는데 보통 30분은 대기해야 되고, 고객센터에서 전화해서 뭐 해결되는 게 없다.


예를 들어, 지금 내 학생 보험이 8월 중순에 만료되지만 8월 말 출산까지는 보장해 준다는 걸 여러 경로로 확인을 했었다. 그런데, 다른 걸 문의하러 고객센터에 전화했더니 안된다는 거다. 아무래도 내가 통화하는 사람이 너무 모르는 것 같아서 (앵무새처럼 답이 안 되는 약관 일부만 계속 읽고 내 질문에 답을 안 했다.) 끊고 다시 거는데 그 사람도 모르는 거다. 불안해서 슈퍼바이저에게 다시 확인시키고 통화내역을 녹음하는데 한 시간 이상이 걸렸다. 물어보려고 했던 건 결국 확인 못하고. 그 과정에서 불친절한 응대에 화가 나는 건 디폴트.


되게 큰 문제인 집을 해결했는데도, 수많은 할 거리가 산적해 있고 고객센터는 한번 연락할 때마다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다 보니 옆에서 내가 이러나저러나 열심히 게임하고 끼니 때마다 ‘뭐 먹어?’ 물어보는 남편도 괜히 미워 보였다. 남편은… 원래도 뭐 알아보는 걸 싫어하고, 영어 통화는 어려워하고, 자신의 선택도 아닌데 미국에 남아 둘째를 낳게 된 터라 원래도 기대를 하진 않았는데도.


저녁은 전에 남은 (밀키트) 미트로프 데우면서 여러 야채를 함께 구워 먹었다. 장보고 밥하기 귀찮아 밀키트를 시키고 있는데, 딱히 공수가 많이 줄어드는 것 같지는 …


몇 주간 쌓인 스트레스가 감당이 안돼서 내가 엄청 불안정하게 느껴졌다. 스트레스 레벨이 너무 높으니 뱃속의 아이도 걱정됐다. 오늘은 딸내미가 일주일 동안 다닌 연극 서머캠프에서 최종 연극을 하는 날이라 거기 가서 한참을 깔깔 거리며 웃고 스트레스가 다 풀렸다고 생각했는데도, 다시 집에 와서 저녁을 억지로 하고 전화기를 붙잡고 있으니 죽을 것 같았다.


진짜 내가 너무 웃어서 남편이 조용히 하라고 주의를 줄 정도였는데, 집에 오니 스트레스는 그대로


하지만 역시 이런 스트레스는 일이 해결되면 풀린다. 저녁 8시쯤이 되어 보험도 귀국 비행기편도 어느 정도 해결이 되니 내가 좀 감당이 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마지막이 좋으면 다 좋다고, 마지막 통화는 대한항공 미주 고객센터였는데 너무 수월해서 체증이 다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어쩜 그렇게 전화도 바로바로 받고 질문에 대한 답도 바로 해줄 수가 있는지. 아무래도 일이 많은 것보다도 여기가 미국이었던 게 문제였나 보다.


자리에 누우니 임신 말기의 온갖 건강 관련 걱정들과 밀린 학교 과제들이 떠올랐다. 이제 한숨 좀 돌렸나 보다. 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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