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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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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Jul 19. 2024

집 구함, 좀 쉬고 싶다_240718

미국생활 332일 차



집을 구했다. 예산을 올리고, 외국인이라고 퇴짜 맞거나, 말도 안 되는 이유 (에이전트의 잠수, 대면 미팅 4분 전 취소 등등)  어그러져서 열받고의 연속이었다.


대면 미팅하러 우리가 찾아갔는데 4분 전에 갑자기 1시간 후에 만나자고? ㅋㅋㅋㅋㅋ


진짜 다시 돌이켜보기도 싫다. 혹시라도 진행 내역이 궁금한 사람이 있다면 남편 블로그를 참고하면 된다.



정말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방을 구했다. 이 정도면 강남 최고급 아파트 월세를 내고도 남을 것 같다. 함정은 그 돈을 내고도, 원베드룸을 한 번도 보지도 못하고 4.5달 치 월세를 선불로 다 내고서야 구했다는 사실이지만 ㅋㅋㅋ


구조도 약간 희안함. 엄마랑 같이 지낼 건데 화장실이 방에 있어서, 밤에 화장실 쓰는게 남편이나 엄마는 불편할 것 같다.


남편은 원래도 뉴욕을 싫어했고 우리가 남기로 결정한 후에는 더 진절머리 내 해서, 이 선택을 한 내가 이 과정을 다 버텨 낼 수밖에 없었다. 진짜 몸은 무겁지, 여름학기는 진행 중이지, 남편은 스트레스로 아파서 애도 많이 봐야 되지, 밥 해야 되지, 출산 준비 해야 하지, 집은 잘 안 구해지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그야말로 존버였다.


어제 가계약을 하고 좀 가벼운 마음으로 잠들었는데도, 새벽 4시 반에 자다가 갑자기 일어났다. 지불 시한까지 돈을 내려면 오늘 아침 5시까지 환전해야 한다는 사실을 자다가 깨달은 거다. 그냥 잔다기보다 요샌 내내 긴장 상태인가 보다.


잔금 기한이 그래도 이틀 남았는데 무슨 재촉 메일을 삼십분마다 보낸다. 이럴때만 빠르다.


그래도 마음은 조금 풀렸나 보다. 지금은 어떤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도 씩씩하게 남편도 토닥여 가며 진행해 왔는데, 오늘 아침에는 마음이 좀 힘들었다. 이 돈을 내고 싫어하는 남편을 억지로 추켜세우며 이렇게까지 해서 뭘 하겠다고 싶었다. 애쓴다고 누구한테 잘했다 소리 한번 듣는 것도 아니고 힘만 들고 힘들게만 하는데. 자존감도 떨어지고 막 눈물이 났다. ㅎㅎ 지금도 힘이 빠진 상태고.  마음의 긴장이 조금은 풀린 모양이다. 나아지겠지.


오늘은 병원을 두 군데를 가면서 틈틈이 귀국 비행기표도 알아보고, 자잘한 준비를 했다. 빠듯하다. 힘들다. 좀 쉬고 싶다. 하지만 할 게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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