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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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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Jul 30. 2024

뮤지컬 라이언킹 + 백스테이지 구경_240728

미국생활 342일 차




엄마 아빠가 오시면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한 번 보여드리려고 계획하고 있었다. 1순위 후보는 라이언킹이었다. 영어를 몰라도 이해가 쉽고 브로드웨이 대표 뮤지컬이기도 해서였다. 그래서 딸내미 친구인 카밀네랑 플레이 데이트를 하면서 별생각 없이 카밀 엄마한테, 카밀이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본 적 있느냐고 물었다. 우리는 이러이러해서 라이언킹을 볼까 고민 중이라고.


그런데.


카밀 아빠가 라이언킹 키보드 연주자라는 거다. ㅋㅋㅋ 그래서 가게 되면 미리 알려달라고 했다. 백스테이지 투어를 해줄 수 있다고. ㅋㅋㅋ 아니 맨해튼에 살다 보니 이런 일도 다 있다. 원래는 정가표는 비싸니 (나는 보통 로터리 티켓으로 본다. 로터리를 신청하면 당일 날 결과 발표가 나고 자리는 랜덤 하게 배정된다.) 엄마 아빠만 보시게 할까 고민했는데 그럼 다 가야지. ㅎㅎ 온 가족이 총 출동했다.


맨날 로터리 티켓으로만 봐서 이렇게 좋은 자리에서 본 건 처음이다 ㅋㅋ


꽤 좋은 자리에 앉아서 비싸긴 했는데, 진짜 후회가 1도 없다. 진짜 너어어어무 좋았다. 일단 뮤지컬도 좋았다. 사실 가창력이나 가사 전달력은 조금 아쉬웠지만 무대 연출이 장난 아니었다. 동물 의상이나 모형들도 굉장히 예뻤고, 그 동물들이 무대뿐만 아니라 객석 복도도 휘젓고 다니는데, 눈이 호강했다. 4.5살인 딸내미도 내내 집중해서 봤으니 말 다했다.


마지막 무대 인사 때 찍은 사진. 여긴 안나왔지만 공연 중에는 사람들이 여럿 들어가서 같이 조종하는 코끼리 등도 있어서 더더욱 동물 종류가 다양했다.


하지만 백미는 백스테이지 구경이었다. 마치자마자 스테이지 도어로 가서 카밀 아빠를 만나서 백스테이지로 들어갔다. 저녁 공연 전에 얼른 쉬려고 그러는지 대부분의 배우와 스텝들이 빠져나갔지만, 그래도 심바와 날라 (심바 여자친구) 배우를 만났다. (!) 우리가 딸내미랑 함께 있는 데다, 알고 보니 카밀 아빠가 단순 키보드 연주자가 아니라 종종 연주팀을 이끌기도 하는 부 지휘자라서 그런지 다들 굉장히 친절했다. 먼저 와서 인사를 하고 딸내미랑 대화를 나누고 사진도 찍어줬다.


사진찍는 순간에도 말을 멈추지 않는 투머치토커 딸내미 ㅋㅋ


공연에 쓰인 동물 탈이나 모형들도 하나하나 다 봤다. 또 어떤 스텝이 주요 등장동물 중 하나인 새도 직접 움직이는 걸 보여주고 딸내미에게 만지게 해 줬다.



물론 연주 공간에도 들어가 봤는데, 굉장히 협소해서 놀랐다. 협소할 줄은 알았지만, 연주팀이 모여 있을 공간도 없어서 여러 군데 쪼개져 있을지 몰랐다. 지휘자도 잘 안 보일 수 있어서 악보대 위에는 지휘자를 비추는 작은 디스플레이도 있었다.


이런 공간이 지하에 3개 있고, 박스석에 또 퍼커션이 두 군데 있었다.


클린턴 부부, 바바라 부시 등 이 공연을 보고 간 여러 유명 인사들의 사인 보드도 보고, 역대 출연자 리스트와 출연자/ 스탭 등 생일 파티 장소라는 복도도 보았다. 이 공연장 (Minskoff Theater)에 들어오면서 다른 브로드웨이 극장 등보다 굉장히 크다고 느꼈는데도 백스테이지가 이렇게나 협소한 데 다른 곳들은 대체 어떻게 되어 있을까 궁금했다.


가운데가 클린턴 부부 사인 ㅎㅎ


카밀네도 아빠가 주 양육자라더니 (코로나 때 브로드웨이 공연이 다 중단되면서 실직했고, 그 기간 내내 아이 둘을 키웠다고 했다.) 딸내미를 잘 데리고 다녀줬다. 딸내미는 처음에 30초 낯 가리더니 그다음에는 45분 동안 입을 가만 두지 않고 끊임없이 질문했다. ㅋㅋ 덕분에 우리도 구석구석 잘 봤다.


여기저기 걸린 동물들 ㅎㅎ


좋을 줄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좋을 줄은 몰랐다. 남편은 뉴욕에서 한 경험 중에 탑 3 안에 드는 경험이라고 했다. 나도 그런 것 같다. 부모님도 함께였어서 더더욱 좋았고. 맨해튼 생활을 막바지까지 제대로 제대로 즐기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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