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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Jul 30. 2024

서머캠프에서 쫓겨나다_240729

미국생활 343일 차




오늘은 엄마아빠가 워싱턴 DC로 여행을 가는 날이라 평소와 달리 내가 딸내미를 등원시켰다. 지난주와 이번주에 가는 서머캠프는 우리 집에서 좀 멀어서 늘 남편이 혼자 등원시켰는데, 엄마가 등원을 하자 딸내미는 내내 어색해했다. 준비하는 중에는 ‘아빠는 내가 지하철에서 잘 못 내릴 때 다시 들어와서 데리고 내렸는데 엄마도 그렇게 해야 해’라고 울먹이더니 (이번 서머캠프 등원 길에 그런 적이 한 번 있었다고 한다. 전혀 급박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가는 내내 내 손을 꼭 잡았다. 내가 차 시간 확인하느라고 핸드폰을 보겠다며 잠시 손을 놓으니 ‘Can I hold your dress? (엄마 옷 잡아도 돼?)’라며 내 옷깃을 꼭 잡았다. ㅋㅋ 어찌나 귀엽던지. 진짜 평소에 같이 많이 다니는데도 그러는 걸 보면,  누가 보면 엄마랑 안 다녀본 애 같을 거다.


피곤은 해도 딸내미가 워낙 귀여워서 즐겁게 갔는데, 서머 캠프 입구에서 교사 한 명이 날 붙잡았다. 딸내미가 5살이 안 되어서 못 다닐 것 같다고…! 아니 등록한 지는 몇 달이 되었고 다닌 지도 일주일이 되었는데 갑자기 이게 무슨 말인지. 캠프 신청할 때 대상 나이가 5살이라고는 되어 있었지만, 딱히 등록이 안되진 않았다. 5살을 대상으로 하는 다른 서머캠프의 경우에도 잘만 다녔다. 딸내미가 생일이 느려 그렇지 같은 반 친구들은 다들 5살이니. 이 서머캠프도 같은 반 친구가 다니고 있다.


하지만 어림도 없었다. 이 서머캠프는 정부 연계 프로그램인데 (할렘의 커뮤니티 센터에서 하는 프로그램으로 다른 서머캠프보다 조금 싸다), 한 명이라도 이런 경우가 있으면 캠프 전체가 올스탑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어이가 없었다. 그럼 등록할 때 생년월일을 입력하는데 그때 알람이라도 띄우던가, 학생들 건강검진표를 받을 때 체크를 하던가.


우리 말고 다른 집도 두 집 정도 같은 케이스가 있었다. 그런데 다들 황당해하긴 했지만 시키는 대로 환불 요청서를 작성하고 돌아갔다. 한 엄마는 직장에 휴가를 내는 전화도 하더라. 나만 혼자 따지기도 황당하고, 정부의 규칙이라고 하니 나도 환불 요청서를 작성하고 돌아왔다.


뽁뽁이를 하며 돌아오는 길. 사실 딸내미는 서머캠프에서 쫓겨난 데 아무 타격감이 없었다. 어른이 갑갑할 뿐 ㅋㅋ


한국이면 난리가 났을 거다. 그런데 이렇게 다들 순순히 받아들이다니. 내가 워킹맘이었으면 생각만 해도 아찔한데. 그런데 여긴 그런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일처리들이 허술하고 실수도 많고, 그것 때문에 피해를 입는 사람들도 어느 정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 예를 들어 오늘 아마존 식료품 배송을 8개 시켰는데, 1개는 다른 제품이 왔고, 1개는 파손되어 왔고, 시키지 않은 6개 물품이 함께 왔다. 이런 게 일상이다. 공연도 제시간에 시작하는 법이 없고, 학교 행정처리나 프로젝트도 구멍 투성이다. 미국 파트너사들이 일하는 방식이 여기서 살아보니 좀 이해가 간다. 엄청 불편하다가도, 이러니 일하는 입장에서는 좀 편하겠다 싶기도 하다. 괜히 나는 어느 쪽이 더 맞나 생각해 봤는데, 어느 쪽이든 장단이 있어서 딱히 선호는 없다.


돌아오자마자 스낵 하나를 꺼내서 요상한 포즈로 먹고 ㅋㅋ


덕분에 피곤한 하루를 보냈다. 그렇게 오전에 한번 신경을 쓰고 나니 하루 종일 피곤했다. 딸내미 서머캠프를 믿고 엄마 아빠를 호기롭게 워싱턴 DC로 밀어 보냈는데 ㅋㅋ 고군분투하고 있다. 나도 수업도 있어서 급하게 남편과 딸내미에게 애니메이션 티켓을 끊어줬지만, 그걸론 2시간 밖에 해결이 안 됐다. 나는 너무 피곤하고 속까지 안 좋아서 누웠다 억지로 일어났다 하고, 남편은 억지로 육아하고, 딸내미는 ‘아빠는 왜 계속 졸린 목소리로 말해’라고 찡얼거리고 ㅋㅋㅋ 난리다. 딸내미는 오늘 저녁에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랑 통화할래’ 라며 두 분을 찾았다. 남편과 나도 엄마 아빠가 그립다. ㅋㅋ


엄마 아빠는 DC에서 친척 분을 만나 즐거운 시간 보내시는 중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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