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뉴욕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솜대리 Aug 01. 2024

30대 초반과 후반 임신의 차이_240731

미국생활 345일 차



오늘 병원에 가서 드디어 빈혈과 양수 부족에서 안전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신경 쓰였던 것들이 지나가고 나니 다른 걱정들이 스멀스멀 떠오른다. 벌써 이렇게 힘든데 애 낳으면 어쩌지 하는. ㅎㅎ


첫째를 낳을 때는 30대 초반이었다. 병원에서도, 산후 조리원에서도 내가 제일 어렸다. 임신 초기에 조금 출혈이 문제가 되었지만 좀 쉬니 나았고, 임신 중 딱히 이슈는 없었다. 하루에 한 번 30분 정도 낮잠을 자는 것 말고는 임신 전과 변한 게 없었다. 아이 성장도 늘 딱 중간 정도였다.


출산 전 휴가 때는 왕복 3시간을 들여 떡을 배우러 다녔다. 가면 장장 3시간을 서서 떡을 만들었다. 낳기 전 날에도, 혼자 올림픽 공원을 한 바퀴 돌고 근처 백화점 지하에서 저녁거리까지 사가지고 들어갔다. (그러고는 예정일 보다 1주일 먼저 낳았다.)


둘째를 가진 지금은 30대 후반이다. 임신을 하기 전엔 몰랐는데, 하고 나니 차이가 극명하다. 일단 임신 기간 내내 전치태반, 철분 부족, 작은 아이, 양수 부족, 소양증 등 온갖 이슈가 소소하게 있었다. 남들은 미국에서는 임신해도 산부인과를 갈 일이 너무 드물다고 하는데 나는 임신 기간 내내 산부인과 다닌 기억밖에 없다.


체력도 저질이 되었다. 언제 어디서든 머리만 대면 잠들었다. 박물관 한가운데 의자에 앉아서 내내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데도 앉아서 잘 잔다. 입덧이 끝나고는 하루에 한 일정은 소화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임신 말기에 오니 그 ‘한 일정’이라는 게 굉장히 범위가 좁아졌다. 저녁을 차리는 것도 ‘한 일정’ 이 되었다. 한 끼 준비하고 나면 누워야 된다.


지난 번에 해 먹은 밀키트, 밀키트도 힘들어서 못 해 먹겠다 ㅋㅋ H마트에서 반찬 사다 먹어야지…


아이가 일찍 내려온 편이라 일지감치 걷는 것도 느림보가 되었다. 또 아기는 내려왔다는데 왜 이렇게 숨은 찬지 모르겠다. 걸으면서 말할 수가 없다. 역류성 식도염도 심하고, (괜찮다고는 하는데) 3주 정도 체중 증가도 없다. 아이도 크고 양수도 증가한 걸 고려하면 살이 빠지고 있나 보다.


첫째 때는 저렇게 날아다녔는데도 아이를 낳고 많이 힘들었다. 온몸이 아파서 며칠간 잠을 못 잤고, 산후우울증도 있었고, 소소하게는 수술 부위 켈로이드도 3년을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았고, 치질까지 오고, 육아 탓인지 애 낳고 6개월 후에 갑자기 무릎이 안 굽혀졌다.


둘째를 낳고는 어떻게 될지 궁금하고 걱정이다. 잠깐 낮잠을 잘해도 첫째는 아빠가 잠깐만 온 힘을 다해 놀아주지 않으면 쪼르르 나한테 달려온다. 코를 비비며 ‘엄마 나랑 놀자’ 하는데 그게 귀여워서 놀아주고 싶어 진다. 산후조리원도 안 가는데 첫째도 있고 이미 체력은 저질이고.


딸내미가 서머캠프에서 쫓겨났기 때문에 오늘 산부인과도 동행, 마치고는 바로 티타임하러 ㅎㅎ


몸이 힘드니 마음도 더 예민해지는데, 첫째 때보다 더 풀 곳은 없다. 첫째 육아하면서 여유가 없어진 남편은 이제는 조금의 예민함도 받아주는 스타일이 아니다. 내가 산후우울증으로 우울해하면, 우울증으로 우울하다고 받아주기보단 팩폭으로 더 몰아붙일 것 같다는 불안감이 있다. 본인이 더 예민해지고 우울해지거나. ㅎㅎ 엄마는 산후 조리 해주다가 중간에 돌아가는데. 흠… 어떻게든 되겠지? ㅠㅠ


매거진의 이전글 서머캠프에서 쫓겨나다_24072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