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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Aug 03. 2024

육아 문화와 육아 부담 간 상관관계_240801-2

미국생활 346-7일 차



드디어 친정 엄마, 아빠가 워싱턴 DC에서 돌아왔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돌아오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던 딸내미는, 두 분을 맞이하러 잘 시간에 큰길까지 마중을 나갔다. 잘 때까지 왼쪽에는 외할머니, 오른쪽에는 외할아버지를 딱 끼고, 양치할 때도 두 분을 대동했다.


감격의 상봉 장면. 내복입고 브로드웨이까지 나갔다 ㅋㅋ


남편과 나도 한숨 덜었다. 본의 아니게 서머캠프에서 쫓겨나고 딸내미 가정보육을 하느라 식겁했는데, 네 명이 되니 이렇게 수월할 수가 없다. 산부인과도 진짜 오랜만에 남편이랑 둘이 같이 다녀왔다. 딸내미가 있을 때는 딸내미가 있어서, 없을 때는 남편이 귀찮아하는 것 같아서 같이 안 갔는데. 밥도 반드시 내가 차려야 한다는 부담이 없으니 그렇게 좋다.


커피도 한 잔 하고 오고 ㅎㅎ


혼자서도 애를 키울 수는 있지만 역시 마을 하나 정도는 있어야 부모가 제 삶을 살며 키우는 것 같다. 뒷배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있으니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피곤할 때 피곤할 수 있고, 일 있을 때 일 볼 수 있는 삶이라니.


역시 마을이 있어야 아이를 (부모가 사람답게 살며) 키울 수가 있다. 요즘은 마을 공동체도 없고 조부모도 떨어져 사니 애 키우기가 엄청 어려워진 것 같다. 외국에서는 간혹 받을 수 있는 조부모의 도움도 정말 끊기니 육아를 전담하는 쪽이 우울증도 많이 걸리고.


그런데 생각해 보면 미국도 마을 공동체가 없는 건 마찬가지고 조부모들은 더 멀리 사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보다 애를 키울 만 한건, 역시 문화 때문인 것 같다. 우선, 가족 중심 문화라 가족 일로 연차를 내는 게 좀 더 수월하다. 눈치를 덜 보는 문화라서 그럴 수도 있고. 그리고 육아를 좀 더 쉽게 쉽게 한다. 우리나라는 떨어진 쪽쪽이를 다시 물리는 일도 절대 없고, 양말이라도 한번 안 신겨 나갔다간 여기저기 모르는 곳에서 잔소리 폭탄을 예상해야 하고, 유치원 소풍이라도 한번 잡히면 새벽부터 일어나서 캐릭터 도시락을 싸야 하는데 여긴 다르니.


서머캠프 도시락은 이 정도로… ㅎㅎ


교육에 대한 부담도 다르다. 한국에서는 각종 교구를 들이거나 영어/ 수학 교육을 하는 주변을 보면서, 나는 안 하면서도 막연한 부담감을 느꼈다. 그런데 여기서는 그런 일이 한 번도 없다. 다들 운동이나 악기를 하지, 아직 4-5살 아이에게 ‘교육’을 시키는 일은 잘 없다. 영어가 더 편해진 아이를 위해 오늘 잠깐 한국의 영어유치원을 찾아봤는데, 5-6살 (옛날 나이 7살) 반은 받아쓰기를 한단다. 알파벳은 이미 떼었어야 했다. 외국에서 살다왔지만 영유는 못 다니는 건가 싶었다. 그렇다고 한글을 아는 것도 아닌데, 어쩌나 싶다.


남편은 10월 초에 엄마가 한국을 돌아가면 어쩌나 싶고 더 일찍 한국 들어갈 걸 그랬다 싶다지만,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나는 12월 말까지 있다가 한국 가기로 한 게 잘한 결정이다 싶다. 물론 미룬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일단 둘째가 조금이라도 클 때까지 여러 걱정을 유예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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