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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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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Aug 07. 2024

드디어 자유의 여신상_240804

미국생활 349일 차



뉴욕에 산 지 1년 만에 처음으로 자유의 여신상에 가봤다. 맨해튼 남쪽 배터리 파크나 거버넌스 아일랜드에 가면 맨 눈으로도 보이는데 굳이 볼 필요 있을까 싶었었다. 이번에도 기대 없이 부모님 모시고 간 거고. (그리고 자유의 여신상 볼 때마다 포즈 따라 하는 딸내미가 귀여워서.) 그런데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생각해 보면 유튜브로 에펠탑이든 타지마할이든 다 볼 수 있는 세상이지만 직접 가보면 더 좋은 것처럼, 당연히 자유의 여신상도 그런 거였다.


날씨가 진짜 많이 도와줬다. 전날은 낮 최고 기온이 34도에 육박해서 갈 수 있겠나 싶었는데, 중간중간 비가 내려 오히려 시원하고 좋았다. 자유의 여신상으로 가는 페리에서도 비가 오니 대부분의 우산 없는 관광객들은 갑판 아래로 내려갔는데, 우리는 우산이 있어 여유롭게 좋은 자리를 잡고 가까워지는 자유의 여신상을 구경했다.


비바람이 더위보다 낫다 ㅋㅋ


가까이서 본 자유의 여신상은 생각보다 우람했다. 특히 성화를 들어야 해서인지 팔이 굉장히 굵었다.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그렇게 설계했어야겠지만, 왠지 인간적으로 느껴져서 좋았다. ㅎㅎ 겉면이 조각조각 나뉘어 조립된 모습을 본 것도 재밌었다. 프랑스에서 만들어 실어 날라 온 동상이라는 게 실감이 났다.


팔뚝이 저렇게 우람할 줄 몰랐다 ㅎㅎ


2달쯤 미리 표를 끊으면 같은 가격에 크라운 전망대까지 올라갈 수 있는데, 우리는 그 표를 못 구했다. 여신상 발 바로 밑의 전망대와 그 아래 박물관까지만 갈 수 있는 게 내심 아쉬웠는데 가보니 딱히 그런 생각이 안 들었다. 발 밑 전망대도 꽤 좋았고, 발 밑에서 여신상 내부 철골 구조를 들여다보는 것만 해도 충분히 좋았고, 발 밑에서 크라운까지는 나선형 계단으로 걸어 올라가는 구조라 나는 어차피 가기 힘들었을 것 같다. 위안이 되었다. ㅎㅎ


나선형 계단이 여신상 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데, 그게 마치 척추 같았다


페리는 엘리스 아일랜드에도 들렀다. 엘리스 아일랜드는 과거 배를 타고 뉴욕으로 온 이민자들이 입국 심사를 받던 곳이다. 보통 일정에 쫓기는 관광객들은 이곳을 많이 패스하고, 우리도 피곤해서 고민했는데, 여기도 오길 잘했다. 이곳의 이민 박물관에서 이민의 과정을 보다 보니, 자유의 여신상의 역사적 맥락도 더 잘 이해가 됐다. 증기선이 발명되기 전까지는 유럽에서 이곳까지 7주, 증기선을 타고도 10일이 걸린단다. 새로운 삶을 꿈꾸며 전재산을 걸거나 자신의 향후 몇 년의 미국의 사업가들에게 팔고 배를 탄 사람들에게, 자유의 여신상은 엄청난 감정을 불러일으켰을 것 같다. 설렘과 두려움과 긴장과. 엘리스 아일랜드와 자유의 여신상이 물리적으로 가깝기도 하지만, 굳이 이렇게 페리 노선이 짜인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당시 이민자들
이민 피크 시기에는 이 홀에 매일 오천명의 이민자들이 들어와 입국 심사를 대기했다고 한다.


가족들을 위해 왔다고 하지만, 나와 남편이 제일 즐긴 것 같다. 유명한 곳은 역시 가볼 만하다. 부모님 덕분에 하루 종일 나들이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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