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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Aug 17. 2024

미국 살며 제일 귀찮고 번거로운 일_240815-6

미국생활 360-1일 차




미국 살며 제일 스트레스받는 일은 고객센터에 전화하는 거다. 고객센터에 전화할 일이 생기면, 전화를 하기 전부터 스트레스가 쌓인다. 여긴 고객센터의 기본 값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서비스가 안 좋은 고객센터 수준이다.


   

전화를 안 받는다: 30분 대기는 아무것도 아니고, 1시간도 예사다.

답이 안 나온다: 잘 모르는 건 상관없는데, 굉장히 당당하게 틀린 얘기를 하거나 모르는 걸 인정을 안 하고 대충 넘긴다.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된다: 억양이 센 이민자 거나, 스피커 폰으로 딴 일을 하면서 전화를 받는지 통화감이 안 좋거나, 웅얼거리거나. 어떻게든 커뮤니케이션이 불편하다. 내가 원어민이었으면 괜찮았으려나…



그래서 종종 친구들이나 상점 직원들을 보면, 고객센터에 전화를 연결해 놓고 대기하면서 당연하게 공부를 하거나 손님 응대를 하기도 한다. 고객센터랑 중요한 얘기를 할 때는 꼭 직원의 이름을 기록해 두라고도하고.


이러나 어지간하면 고객센터에 전화하고 싶지 않은데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는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는 일들도 모두 고객센터에서 처리해야 한다. 오늘은 보험사에 등록된 주소지를 변경하는데도 전화를 해야 했다. 그리고 우리가 여기선 사회 비주류에 예외 케이스도 많으니 전화를 할 일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어제가 바로 그런 날이었다.


엊그제부로 내 보험은 만기가 되었는데, 바로 다음날인 어제 초음파 진료가 있었다. 보험이 만료가 되었어도 임신/ 출산 관련 내용에 한해서는 보험 연장이 되어서, 별 생각이 없이 아이까지 데리고 병원에 갔다. 그런데 보험이 만료가 돼서 보험 처리가 안된단다. 예상한 사태였고 잠깐이면 확인이 가능할 줄 알았는데 택도 없었다. 결국 병원을 일단 나오고 (보험 없이 초음파를 보면 300달러, 약 45만 원이다.) 하루 넘도록 여기저기 연락하며 고통받아야 했다. 어딜 연락했냐면…


초음파 센터 프런트 - 초음파 센터 원무과 - 보험사 - 초음파 센터 원무과 2 - 산부인과 원무과 - 산부인과 프런트 - 산부인과 의사 비서 - 산부인과 의사 비서 2 - 초음파 센터 원무과 - 초음파 센터 메일 - 초음파 센터 원무과 - 초음파 센터 메일 - 보험사 - 산부인과 프런트 - 산부인과 의사 비서


동생 초음파보길 기대하고 있었는데 못 보게 되었지만, 땡깡 한 번 안 부려서 고맙다 딸내미


보면 15번이나 연락을 취했고, 중복 연락도 많다. 다들 알려주기보단 쳐내기 바빠서 그렇다. 나는 여기 시스템을 잘 모르니 대화의 방향을 잡거나 제대로 질문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어제 하루 종일, 오늘 아침까지 연락을 하고서야 어떻게 처리할지 감이 잡힌다. 그나마 산부인과 의사 비서가 협조적이라 조금씩 해결할 수 있었다.


그래도 자동으로 처리가 되지 않고 부서마다 커뮤니케이션도 잘 안돼서 병원을 갈 때마다 난관이 예상된다. 그래서 초음파 진료는 아예 다시 가는 걸 포기했다. 다음 주 월요일에 의사가 꼭 가라고 하면 그때 가야지 ㅜㅜ (지난주에도 진료를 봤고, 아기도 잘 움직이고 있고, 산부인과에서도 구린 초음파이지만 초음파를 보고 있다.)


그 정신없는 와중에 새로 산 세탁기 설치도 잘 안되서 남편과 아빠는 그들대로 고통받고


보험이 종료되는 순간 나는 의료시스템에서 비주류가 되었고, 기본적인 초음파 진료를 보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장을 받을 수 있는 항목임에도 불구하고! 주류가 아니고는 너무 살기 어려운 사회다. 이런 상황을 겪고 보니 우리나라는 과연 비주류가 살기 쉬운 나라인가 생각해 보게 된다. 의료시스템, 고객대응시스템은 좋지만 그렇다고 살기 쉬울까?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모두가 한 방향으로 달려 나가며 경쟁하는 사회라는 점에서 또 비주류의 어려운 점이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는 내가 주로 주류에 속해왔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할 계기가 별로 없었을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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