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 369일 차
조리원에 안 가도 신생아는 어차피 하루의 대부분을 자고, 남편도 엄마도 있으니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ㅋㅋㅋ
집에 온 지 만 이틀이 되었다. 이틀 밤을 거의 못 잤다. 수유 때문에 잠을 설칠 예상은 했지만, 잠투정으로 밤을 새울지는 몰랐다. 신생아가 얼마나 체력이 좋은지 잠투정으로 거의 밤을 새웠다. 첫째 때는 이 즈음 병원 신생아실에 있었으니 잘은 모르지만, 신생아가 이렇게 잠투정을 하나? 아니 무엇보다도 이렇게 몇 시간 동안 목쉬도록 울 체력이 있나?
한국에서였으면 아직 입원해 있을 시기인데, 집에 오니 아무래도 조금씩 움직이게 된다. 그랬더니 퇴원만 이틀 만에 한계에 봉착했다.
좀비가 된 건 물론이고, 왼쪽 사타구니가 아파 조금 걷기도 힘들다. 오늘 후에는 너무 아파서 의사에게 구구절절 메시지를 보냈더니, 전화가 와서 그럴 수 있다고 아프면 쉬고 약 더 먹으란다. 설명 후 엄청 쿨하게 ‘그럼 안녕’ 하는 걸 보니 외려 마음이 놓이긴 한다.
어떻게든 쉬기로 했다. 조리원을 가면 물리적으로 원래 생활과 아기에게서 분리가 되니 나 같은 사람도 휴식이 되는데, 조리원이 없으니 나는 쉬어지지가 않는다. 다행히 쉴 수 있는 환경이 되니, 쉬도록 의식적으로 신경을 써야지.
원래 모드는 어떻게든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해보자였다면 (어차피 내가 젖을 먹이니 밤에 아기를 혼자 케어한다든지), 이젠 남에게 미룰 수 있거나 부탁할 수 있는 일은 다 넘겨야겠다.
운이 좋아 그럴 수 있는 환경이긴 한데, 딱 하나 마음에 걸리는 건 첫째다. 둘째가 오고 첫째는 너무나도 잘해주고 있는데, 그래서 더 마음이 쓰인다.
원래는 꼭 어른들을 끼고 노는 애가 혼자서 열심히 논다. 동생한테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어서 신경도 많이 쓴다. 수유하는 내게 팔 받치라고 베개를 가져다주기도 하고 (수유하는 걸 본 게 처음인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나 모르겠다) 동생이 눈을 뜨면 흑백초점카드를 들고 오기도 하고. 그러다가 조심스러운 어른들에게 괜히 한 소리씩 듣기도 하고.
갑자기 어른들 안 부르고 혼자 노는 모습이 못내 마음에 걸리는데, 괜히 내 주변에서 놀거나 나한테 말이라도 한두 마디 붙이면 안 놀아줄 수가 없다. 정말 놀아주고 싶다. 다른 데서 체력을 더 아껴서 첫째랑 놀아줘야 하나. 아니다. 지금 관리 잘해서 얼른 많이 놀아줘야지.
일단은 두 시간 넘게 수유 쿠션 위에서 안고 재우고 있는 둘째부터 바닥에 내려놔야겠다. 수유 쿠션이 수술 부위를 엄청 누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