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 380일 차
사타구니 쪽이 계속 아파서 예정보다 일주일 이른 어제 산후검진을 다녀왔다. 수술이 잘 못 되었을까 봐 걱정했는데, 의사는 허리 아래 척추 통증 때문이라고 했다. 그 부분이랑 사타구니가 근육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아픈 거고, 산후에 굉장히 흔한 통증이라고. 지난주에 의사에게 물어봤을 때는 푹 쉬라고 해서 내내 침대 콕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물리치료사를 찾아가 운동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 같았음 바로 병원에 가봤겠지만, 병원을 알아보기 + 내 보험을 받는지 알아보기 + 비용 등등 여기선 부담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의사 말도 어느 정도 가설인 것 같고. 일단은 내가 공부를 좀 해보며 의사의 가설을 검증해 보기로 했다. (1차 병원 한 번 가는 게 이렇게 부담스럽다니. 이러니 미국에선 비조제약이 발달할 수밖에 없다. )
찾아보니 한글로는 천장관절증후군, 의사 말마따나 산후풍의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였다. 임신기간 아이와 태반의 무게로 허리 곡선이 무너지는데, 이 무너진 균형이 출산 후 또다시 급격한 변화를 겪으면서 아픈 거라고 했다. 이번에는 임신했을 때도 유달리 허리 통증이 심했고, 낳자마자 내내 밤낮없이 수유를 하느라 허리에 더 부담이 갔고 수유할 때마다 사타구니가 더 아팠던 걸 보면 얼추 맞는 것 같다.
아무튼 산후풍은 몸을 쓰면 쓰는 대로 온다. 첫째 때는 산후 도우미 이후에 주로 혼자 육아를 하느라 손목을 많이 썼고, 바닥 생활을 해서 무릎도 많이 굽혔는데, 딱 그 두 군데로 엄청 고생을 했었다. 출산 후 6개월이 다 돼서 갑자기 무릎을 못 구부리게 되었을 정도였다. 이번에는 그래서 애초에 나도 침대 생활을 하고 애도 아기 침대에서 재우고, 손목도 가능한 남의 손목을 빌리는데, 허리는 보호하지 못했다. 친구들과 농담으로, 산후조리를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복직이라고 했는데, 역시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ㅎㅎ
허리를 안 쓸 수는 없고, 일단 수유할 때마다 꾸준히 스트레칭을 하고, 허리 운동도 할 수 있는 한에서 조금씩 시작했다. 그래도 원인을 어렴풋이 알아서 마음이 좀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