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 381일 차
둘째랑 생체리듬을 같이 하고 있다 보니 기본적으로 제정신이 아니다. 얘는 무슨 알람시계를 내장했는지 ㅎㅎ 어젯밤에는 거의 정확히 2시간마다 일어나 먹었다. 기특하긴 하지만 정신은 없다. 말이 2시간 간격 수유지 그 사이 내가 잘 수 있는 시간은 1시간이 될까 말까하니. 엄마도 나도 혼이 나가서, 중간에 시간이 머릿속에서 순삭 되곤 한다. 분명히 수유텀 사이에 잤는데 그걸 까먹고, 엄마는 왜 내가 무한정 아기를 먹이고 있는지 이상하게 여기고 나는 아기를 트림 시키던 엄마가 왜 아기를 안 눕히고 다시 내게 먹이라고 내미는지 어리둥절해하고.
밤에 잠을 잘 못 자니 낮에도 멍하다. 주로 자거나 멍하게 영상을 틀어놓고 보는 둥 마는 둥 한다. 뭔가 하는 시간은 하루에 1시간 정도. 첫째와 놀아주고, 정신이 가장 맑을 때는 기후 관련 기사를 1-2개 보고, 스트레칭하고. 나는 하루라도 집에만 있으면 병나는 사람인데, 시간관념도 없고 다리도 아프니 버티기가 되더라.
남편이랑은 같이 살고 있기는 한데, 교류가 별로 없다. 남편은 첫째 전담, 나랑 엄마는 둘째 전담으로 팀이 나뉘어있기 때문이다. 가능한 첫째를 밖에서 놀리는 게 첫째랑 놀아주기도 둘째를 보기에도 쉬워서, 첫째랑 남편은 볼 일이 없다. 첫째가 집에 있을 때는 남편이 집안일을 하거나 달리기/ 게임 등으로 한숨 돌리기 바쁘고.
그래도 오늘부터는 딸내미가 학교를 간다. 내 몸도 조금씩 회복하고 있고, 둘째도 잘 크고 있고, 첫째가 학교 가서 여유도 생기니, 조금씩 일상을 찾아갈 수 있으려나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