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 395일 차
둘째가 태어난 지 딱 한 달이 되었다. 둘째가 한 달 동안 아프지 않고 잘 자라준 것, 첫째가 많은 변화를 잘 받아들여준 것, 함께 고생해 준 가족들이 있는 것 등등 감사한 일이 참 많다.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사실 신생아 부모에게 하루의 끝이란 없지만 ㅎㅎ)
기념일, 그러니까 기준점이 있는 것 참 좋다. 똑같은 하루도 기념일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다르게 다가온다. 사실 어제오늘 좀 울적했다. 지난 주말에 엄마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둘째를 부쩍 많이 보게 되고, 그러니 다시 다리가 안 좋아지고, 그러니 우울해지고의 악순환을 타고 있었다. 거의 하루종일 집에 있으며 모유 수유 시간만 대기하고 있는 내 모습에, 내가 여기서 뭐 하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여기 온 후로 내내 뭐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남편의 마음도 이해가 가고.
그러다 우연히 아이가 태어난 지 한 달이 되었다는 걸 기억해 내고, 그때부터는 모든 게 감사해지기 시작했다. 여기가 어디든 내 컨디션이 어떻든, 가장 중요한 건 우리 가족이 가장 힘든 한 달을 해냈다는 사실이었다. 기념일이 있는 것, 기념일을 기념하는 것 모두 참 좋다. 기념일 덕에 그냥 지나가던 일상을 돌이켜 볼 수 있고, 감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