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 393일 차
유모차 도착 기념, 어제는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동네 산책을 갔고 오늘은 내가 갔다. 여기 와서 신생아 데리고 다니는 미국 부모들을 보며 나는 내가 엄청 쿨하게 다닐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애 머리가 흔들릴까, 척추가 불편하지는 않을까 내내 안절부절못했다.
아이를 태우고 간단히 산책하다 커피 한잔 사서 카페테라스에 앉아 마시고 올 계획이었는데, 커피 한 잔만 사서 카페 앞에서 안절부절못하다가 서둘러 집에 돌아왔다. ㅋㅋ 나는 아직 멀었다.
내가 더 안절부절못한 이유는 유모차 때문이었다. 한국에서는 보통 돌 전에는 디럭스 유모차를 많이 태운다. 유모차 자체가 크고 무거워, 흔들림이 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맨해튼)는 그렇지 않다. 디럭스 유모차는 본 적이 없고, 신생아는 아기띠나 더 가벼운 유모차에 베시넷이나 카시트를 연결한 걸 쓴다. 맨해튼은 인프라가 낙후돼서 지하철에도 엘베가 거의 없고 거리에도 턱이 많아서 유모차를 들 일이 많아서 인 것 같다.
나도 그래서 쿨하게 디럭스를 건너뛰었다. 휴대용 카시트+신생아 카시트 조합을 택했는데, 카시트 무게 때문에 유모차가 조금 묵직해지긴 했어도 울퉁불퉁한 맨해튼의 도보블록 위에서 아이는 덜컹거렸다. 다른 엄마들은 그래도 애 한 번 안 들여다보고 쿨하게 가던데 나는 마음이 조마조마해서 다닐 수가 없었다. ㅋㅋ 앞으로는 유모차를 쓰더라도 박물관 같은 인프라 잘 된 곳에 갈 때나 써야겠다. 거기까지는 아기띠를 메고 가고, 유모차는 따로 끌고 가서. ㅎㅎ
아이고 나도 역시 한국 부모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