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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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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Oct 10. 2024

공갈 젖꼭지의 힘_241007

미국생활 415일 차



첫째는 태어나서 거의 일 년 넘게 내 품 안에서 컸는데, 둘째는 아직 자주 못 안아줬다. 애가 어찌나 빨기 본능이 강한지 내가 안기만 하면 젖을 물려고 난리가 났다. 뱃속에서 나와 수술방에 누워있을 때부터 그랬고, 트림을 시키려 하면 어느덧 슬금슬금 내려가 젖을 물어버리니 말 다했다.


이제까진 아기띠도 잘 못했다. 먹으려고 발버둥쳐서 오히려 잠을 깨워버리는 효과가 났다 ㅋㅋ


뭐 평생 물 것도 아니고 자주 물리는 건 상관없는데 (둘째 엄마만 할 수 있는 생각이다 ㅎㅎ) 내가 안기만 하면 물고 싶어서 대성통곡을 하고, 물리면 너무 많이 먹어서 싸고, 그러면 씻고, 씻어서 잠깨고, 못 자서 울고의 반복이라 가능한 안는 걸 자제했다. 밥때가 되어가면 근처에도 못 갔다.


회복기라 아이를 덜 안는 게 편하긴 해도 아이를 자주 못 안아주는 게 괜히 마음이 쓰이고, 이제 친정 엄마가 한국 가면 어떻게 애를 보나 걱정도 됐는데, 요즘 점점 희망 (고생길?)이 보인다. 애가 요즘 공갈 젖꼭지를 물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공갈 젖꼭지를 물고는 내 품에 안기더니 며칠이 지난 오늘은 공갈 젖꼭지 안 물 때도 내 품에 잠깐씩 안 보채고 안긴다.


모유 수유를 하니 딱히 열탕 소독할 일 없을 것 같았는데, 매일 공갈젖꼭지 소독하기 바쁘다.


오늘도 남편이 한 시간을 안고 있어도 통곡을 하길래 내가 안았더니 바로 울음을 그치고 곧 잠이 들었다. 남편이 힘을 빼놔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괜히 ‘역시 엄마는 다른가’ 싶다. 그러고보면 첫째가 아기일 때도 내 품에서 훨씬 잘 잠들었던 기억이 났다. 안을 수 있어서 다행이고 기쁘고 그렇다.


걱정은 되지만. ㅎㅎ 오늘도 첫째가 ‘나 엄마랑 자고 싶어’라고 하길래 책 읽어주다가, 둘째 자지러지는 소리 듣고 달려가 남편과 교대해서 재우다가, 둘째가 잠들자마자 돌아가서 첫째를 재웠다. 밤새 둘째랑 있다가 아침에 첫째가 깨기 전에 첫째 옆에 가서 눕고. ㅎㅎ


그와중에 남편은 편하게 즐겁게 하는 스타일이라, 첫째가 늦게자니 안 자고 보챈다고 버럭 하고 둘째는 재운다며 빠른 템포 노래를 큰 소리로 부르며 흔들어 댔다. 음 나에게 재우기를 일임하려는 지능적인 전략은 아니겠지… ㅎㅎ



+) 아가 육아는 한 치 앞을 장담하면 안 되는데, 내가 첫째 키운 지 몇 년 지났다고 고새 잊었나 보다.  이다음날, 둘째는 50일을 맞이해 (?) 하루종일 잠도 안 자고 엄청 울었다. 쪽쪽이도 안 물고 젖을 물려도 안 먹히고. 진짜 육아 앞에선 겸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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