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 418일 차
제목에서의 ‘엄마’는 내가 아닌 우리 친정 엄마다. 나이 40이 다 되도록 엄마 없는 하루 타령이라니 기가 막히지만, 어쨌건 엄마가 귀국한 지 만 하루가 되었다.
남편이 포스트 친정 엄마의 삶에 대해 명료하게 정리한 바에 따르면, 공간 부족에 따른 스트레스는 경감되었으나 맨파워 -1로부터 오는 부하는 점점 체감이 될 것이다. 정말 동의한다.
원베드룸 짜리 집에 어른 3, 아이 2가 부대끼다가 어른 한 명이 주니까 엄청 집이 쾌적해진 느낌이다. 엄마가 있을 때는 몰랐는데. (이런 집에 불려 와서 딸 산후조리를 도왔어야 했던 엄마에게 심심한 사과를 표한다.)
맨파워 -1로 부터 오는 부하는 아직 본격적으로 느끼기 전이다. (내 몸이 아주 안 좋거나 수유 간격이 살인적인 시기는 지나갔고) 꽉 찬 냉장고와 깨끗한 집 등 엄마의 손길은 아직 남았고, 엄마가 떠난 후 남편이 적극적으로 둘째 육아+집안일에 뛰어든데다 아직 남편의 피로와 짜증이 쌓이기 전이라 아직은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부하는 점차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겠지.
장모님의 귀국을 걱정하던 남편은, 이제 우리가 뉴욕에서 버텨야 할 시간이 80일 남았다고 그걸 계산했다. ㅎㅎ 하지만 우린 경력자고 둘 다 놀고 있으니, 조금 피곤할 뿐 잘해 나갈 거다.
불안정한 건강과 보험 문제, 피로 등으로 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지 않고, 우리 가족 넷이 온전히 24시간을 함께 할 수 있는 이 순간을 만끽하고 기록하며 보내고 싶다. 우리가 젊을 때, 아이들이 어릴 때 이런 시기를 가질 수 있다는 건 참 행운이다. 이건 행복회로를 돌리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