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 419일 차
책 ‘솜대리의 한식탐험’을 내고 참 좋았다. 책을 낸 경험도 좋았지만, 책을 내고 나니 내 인생이 한 시기가 물리적으로 남는 느낌이었다. 일기를 쓰고 사진을 찍고 아무리 애를 써도 휘발되던 기억들이, 어디 가지 않고 고스란히 내 책장에 꽂혀있는 듯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뉴욕 체류기를 책으로 쓰고 싶었다. 그래서 이 특수한 기간을 더 오래 기억하고 싶었다.
(구매링크는 여기 ㅎㅎ)
와보니 우리 이야기가 어떤 사람에게는 흥미로울 수도 있겠다 싶었다. 우리처럼 뉴욕까지 와서 오로지 육아에 전념하는 경우도 드물었고 ㅎㅎ 10년 넘게 일하다가 온 엄마 유학생 + 육아 때문에 따라와서 전업 주부가 된 아빠의 조합도 적었다. 남편과 내가 워낙 사회 이슈와 행복론과 삶과 엮어 오만 얘기 하는 걸 좋아해서 쌓아둔 얘기 거리도 많고.
(아래는 예시. 예전엔 몰랐는데 이젠 남편이 나보다 잡생각이 더 많은 것 같다.)
이번에는 기왕이면 남편이랑 같이 쓰고 싶었다. 아무래도 소문난 놀이터 죽돌이로 있으면서 경험한 건 나랑 다를 거고, 원체 시선도 독특한 사람이고. 무엇보다도 남편의 글은 재밌다. 남편에게 넌지시 물어보니 역시나 싫단다. 아무리 일반적인 시선에서 좋거나 흥미로운 일이라도 자기 기준이 명확해서 싫으면 싫은 사람이다.
오늘도 뉴욕이 왜 아이들을 양육하기 좋은지, 특히 어떤 나이대에 좋은지를 얘기하다가, ‘이런 글을 같이 써보자!’라고 얘기했다. 역시나 일언지하에 거부하고 갈 길 가던 남편이 웬 일로 돌아왔다. 무슨 얘길 하려나 했더니 “그런데 진짜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어. 이번에는 절대 어어어어 하다가 끌려가지 말아야지.”란다. 어어어어 하다가 미국에 끌려왔고, 둘째를 낳았고, 미국 생활을 연장한 게 기억이 난 모양이다.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남편이 그 생각을 할 때 나는 ‘일단 책의 목차를 짜서 남편이 쓸 부분을 던져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ㅋㅋ 남편. 책 안 쓰려면 정신 똑바로 차려라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