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 426일 차
얼마 전 구글 포토를 유료 가입했는데, 생각 외로 구글 포토가 큐레이션 해주는 과거 사진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진 덕에 옛 추억을 되새기면서 사진을 많이 찍어야겠다고 결심하고, 그렇게 구글 포토를 계속 이용하게 되고, 누가 기획했는지는 몰라도 진짜 머리 잘 썼다.
말하려고 했던 건 이게 아니고 ㅎㅎ 오늘도 어쩌다 남편과 같이 과거 사진을 보게 되었는데, 어떤 사진들이 담은 추억은 너무 까마득해서 거의 잊힌 경우도 있다. 그때는 굉장히 인상 깊은 추억이었는데.
단순히 과거를 돌이켜 봐도 그렇다. 뉴욕에서 산 지 1년이 넘은 지금은 불과 1년 전 한국에서 지내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아이를 낳기 전은 전생 같고, 결혼 전은 거의 떠오르지도 않는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와 아주 달랐다.
그렇게 보면 ’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가 싶다. 과거는 잔상만 남고 미래는 예측 밖의 일이니, 지금 내 마음에 충실하게 살아야지. 지금 재밌는 일, 지금 내게 의미 있는 일을 해야지, 하고.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도 참 편해진다. 내가 경험한 일도 나중에는 기억 안 나는데 주변 시선은 더더욱 신경 쓸 필요 없고, 어차피 모든 기억은 희미해지니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줄어든다. 내가 가벼워지는 느낌. 이 느낌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