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 428일 차
오늘 날씨도 끝내줬던 관계로, 첫째를 살살 꼬셔 리버사이드 파크의 놀이터로 나섰다. 원래 목표는 센트럴 파크였으나, 협상 과정에서 리버사이드 파크 내 놀이터로 타협을 봤다. 둘째는 그냥 영문도 모르고 달랑 유모차에 태워졌고. ㅎㅎ
원래 센트럴 파크에 가고 싶었던 걸 까맣게 잊을 만큼 재밌게 놀았다. 무려 4시간이나. 놀이터도 넓고, 조금 지겨울만하면 옆에 있는 바위에서 놀다가 강가 산책로에서 놀다가 했다.
둘째도 잘 있었다. 햇빛도 좋았고, 굳이 눈치 싸움 하지 않아도 될 만큼 그늘과 벤치가 넉넉했고, 야외 수유도 남 신경 쓸 필요 없이 할 수 있었다. 태어난 지 두 달, 첫 놀이터 데뷔였는데 생각보다도 훨씬 잘 있었다.
정말이지 아이 키우기 좋은 동네다. 그만큼 비용(높은 집세)을 치러야 하지만 ㅎㅎ
새로운 놀이터라 첫째가 아는 애가 없는 건 조금 아쉽긴 했다. 맨날 학교 근처 놀이터에서 친구들이랑 어울려 놀았는데 여기는 새로운 곳이라 아는 얼굴이 없었다. 첫째도 옆에 있는 애들한테 한두 마디 붙이는 게 친구들이랑 놀고 싶은 모양이었다. 보면서 한국 가면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가 복잡했다. 유치원이나 내 복직 시기나 아직 다 미지수인데, 첫째가 최대한 적응을 잘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고민해 봐야겠다. 결국에는 첫째의 몫이긴 하지만.
안 그래도 이런 애잔한 마음이 드는데, 놀이터에서는 또 마침 첫째랑 동갑인 아이의 생일잔치가 열리고 있었다. 우린 스킵하기로 했는데. ㅎㅎ 얼핏 가서 보니 놀이터에 있는 피크닉 벤치 위에 컵케익과 스낵을 깔아 두고 풍선 장식만하고 간단한 모양새였다. 그래서 우리도 하기로 급 마음을 고쳐 먹었다. 대신 서너 가족만 초대해서 플레이 데이트의 확장식으로 하려고 한다. 놀이터 플레이데이트인데 우리가 간식거리를 많이 준비하고, 케이크도 부는 걸로. 남편은 또 말려들었다며 머리를 짚었다. 나는 남편도 같은 생각인 줄 알았는데 내가 눈을 반짝이며 계속 ‘할까? 할까?’를 반복해 어쩔 수 없었단다.. ㅎㅎ
돌아오면서는 동네에 핼러윈 장식을 잘한 집들을 구경하며 돌아왔다. 이제 핼러윈이 정말 이 주도 남지 않아 여기는 난리다. 집마다 장식을 해놓고, 인터넷에는 잘해놓은 집 리스트도 돌고. 인기 좋은 첫째 덕에 우리도 이번주 다음 주는 일정이 빡빡하다. 좋은 날씨, 핼러윈 파티 분위기 즐길 수 있을 때 많이 즐기다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