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 453일 차
둘째가 깨 있을 때는 첫째가 집에 있는 게 좋다. 첫째가 워낙 둘째를 예뻐하고, 둘째도 첫째 노는 것만 봐도 잘 있다. 첫째가 집에 있으면 우리가 둘째랑 놀아줄 필요가 없으니 더 좋을 때도 있다.
하지만 둘째가 잘 때는 첫째가 집에 있으면 힘들다. 원베드룸 집에서 다섯 살짜리 첫째가 조용히 하는데 한계가 있으니, 둘째가 낮잠을 못 잔다. 낮잠을 못 잔 둘째가 힘들어하며 울면 첫째도 힘들어하고.
오늘도 오전에 둘째가 낮잠을 못 자서 내내 힘들어하는데, 집순이인 첫째는 나갈 기미가 안보였다. 그렇다고 재밌게 노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점심하는 동안 아빠랑 레고를 하는데, 심심한 첫째는 보채고 졸린 아빠는 보채는 애한테 짜증 내고. 그런데도 놀이터도 싫다 자연사 박물관도 싫다.
결국 장난감을 하나 사준다고 꼬셔서 데리고 나왔다. 첫째도 막상 나오니 잘 놀았다. 장난감 가게 외에도 근처 록펠러센터, 레고샵, 초콜릿 샵의 크리스마스 장식도 구경하고.
요즘 주말이면 첫째랑 놀러 다니는데, 마치 첫째랑 데이트하는 것 같다. 같이 예쁜 거 보고 좋아도 하고, 서로 사진도 찍어주고, 말도 통하니까. 좀 힘들기야 해도, 행복한 시기다.
장난감 가게에서는 진짜 돈 아까운 40불짜리 마술세트를 샀다. 불 나오는 손가락 모형 두 개랑 봉지 2개, 조명판 1개, 스펀지 볼 4개 들어있는데 6만원이다 ㅋㅋㅋ 진짜 돈 아까웠지만 마술 시연 보고 눈이 반짝 거리는 첫째를 외면할 수 없었다. 둘째 낮잠값에 첫째랑 다운타운 데이트한 값으로 40불이면 싸다 싶었다.
+) 그 마술세트는 결국 환불하기로 했다. 집에 와서 마술 세트를 열어보고 허술해도 너무 허술한 마술세트에 딸내미도 실망했다. 장난감 가게에서 내가 관심을 돌리려고 인터넷에 10불 더 싸고 훨씬 마법도구가 많은 세트를 보여줬었는데 그걸로 바꾸겠단다. 보통 같으면 칼같이 안된다 했겠지만 우리도 너무 돈 아까워서 바꿔주기로 했다. 아이고 언제 또 다운타운 가나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