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 461-2일 차
내가 10년 넘게 다니던 직장을 휴직하고 뉴욕으로 가족들 다 데리고 왔을 때, 나에게 장대한 꿈과 계획이 있는 걸로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애초에 그런 건 없었다. 그냥 궁금했던 분야를 공부하고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마음을 여유를 가지는 게 나의 1차 목표였다. 기회가 되면 새로운 도전을 해볼까 하는 생각도 있긴 했지만 둘째가 생기면서 그 생각도 일단은 접었다. 그래도 중간중간 마음이 복잡해질 때가 있다.
어제는 오랜만에 알럼나이 모임에 나갔다가, 막 일을 시작해 한창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동기들을 보았다. 그들을 보며 그래도 전공을 살리려면 지금 어떤 일이든 가리지 않고 찾아서 열심히 할 때가 아닌가 싶었다.
오늘은 회사에서 언제 복직하냐고 연락도 왔다. 내년 인력 계획을 하면서 내 정확한 복직 시기가 궁금했단다. 그 답을 하려고 보니 여러 가지 현실적인 고민들이 떠올랐다. 정말 현실로 돌아가는 게 실감도 났다.
괜히 학교의 취업 게시판을 훑어보며 불안감을 키웠다. 나 이대로 괜찮은 건가 하고.
하지만 이내 다 괜찮다 싶었다. 나는 나만의 우선순위로 갈 거다. 그래도 괜찮다. 그렇게 가다가 흔들릴 때도 있을 거다. 그래도 괜찮다. 그럴만한 때다.
그런 생각을 한 스스로를 보며 안도했다. 원래 불안과 고민이 많은 나인데, 여기 오기 전에는 일에 가족 문제에 치여서 불안이 극도에 달했었다. 남들이 보기에 괜찮은 상황도 나에게는 괜찮지 않았다.
그런데 스스로 괜찮다고 생각하다니. 드디어 이 유학에서 목표한 바를 다 이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