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주차] 최후의 만찬

음식임신일기

by 솜대리




최후의 만찬이라고 해야 하나, 이젠 언제 출산해도 이상하지 않은 38주 차다. 그래서 내일이 없는 듯 먹었다. 수요 미식회 맛집의 곱창전골, 좋아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양갈비 스테이크, 유명 셰프의 중국식 면요리 등등. 일주일 내내 먹고 싶은 음식들을 쫓아다니느라 바빴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양갈비 스테이크


38주가 되니 몸의 변화가 더 커졌다. 성격이 급한 나는 웬만한 남자보다 걸음이 빠른데, 이젠 횡단보도를 시간 내 건너는 게 어렵다. 크고 무거운 배 덕분에 혼자서는 양말 신기도 버겁다. 확실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 예전에 비해 출산이 더 실감 난다.


중국 서부식 비빔면


그만큼 더 긴장된다. 예전부터 출산보단 육아가 걱정이었다. '낳는 건 어떻게든 낳겠지'라고 강한 척 해왔었는데, 막상 출산이 코 앞으로 다가오니 농담으로라도 그런 말이 안 나온다. 당장 어떻게 아이를 낳아야 할지, 키우는 건 잘할 수 있을지, 이 모든 변화를 내가 잘 감당할 수 있을지 겁이 난다. '기대가 된다'라고 말해야 할 것 같지만 그럴 수 없다.


수요 미식회 곱창전골


그래서 더 쫓아다녔다. 두려움 반, 조바심 반이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계획을 짜면서도 최후의 만찬을 준비하는 기분이었다. 가만히 있기엔 불안했고, 지금 안 다니면 앞으로는 못 다닐 것 같았다.


하지만 먹을수록 기운을 얻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나누니 기운이 안 날 수 없었다. 맛있는 음식은 배를 든든히 채워줬고 좋아하는 사람들은 마음을 든든히 채워줬다.


여전히 내일은 겁이 난다. 하지만 내일이 걱정되는 만큼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고 감사하다. 에너지가 충전되다 보니 '뭐, 내일도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생각도 다시금 든다. '최후의 만찬', 반드시 울적한 것만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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