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임신일기
산전 휴가가 시작됐다. 10년 가까이 매일 같이 회사를 가다가 안 가자니 기분도 이상하고 적응도 안된다. 처음 하루는 휴가 같아 마냥 좋더니, 그다음 날부터는 정말 안 가도 되는 건지 내가 처리 못하고 나온 일은 없는지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밥 챙겨 먹는 것도 그렇다. 삼시세끼 회사에서 주는 밥만 먹다가 혼자 챙겨 먹으려니 그렇게 불편할 수 없다.
첫날은 괜찮았다. 음식 하는 것도 먹는 것도 좋아하는데 시간까지 있으니 신이 났다. 아침에는 연어 샐러드를, 점심은 굴라쉬를 해 먹었다. 예쁘게 차려놓은 음식에 혼자 뿌듯해서 매일 해 먹은 음식을 찍어 SNS에 올려볼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작심삼일을 못 갔다. 둘째 날 아침부터 음식 하기가 귀찮아지더니 저녁 때는 도저히 못 하겠더라. 그런데 딱 이틀이었다. 혼자 먹자고 재료를 사고 요리를 하고 설거지까지. 취미를 일로 하면 안 된다더니 딱 그 꼴이다. 그렇게 재밌던 요리가 생활이 되니 금세 물렸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 시기가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회사 밥을 먹을 때는 맨날 같은 회사 밥이 지겨웠다. 그런데 산전휴가 며칠 만에 따박따박 식사 때면 밥 차려주고 정리까지 해주는 회사 밥이 그리워졌다. 굳이 맛있지 않아도 되니 그냥 삼시 세 끼가 해결만 되면 좋겠다.
초등학교를 다니다가 학교 급식이 시작되었으니 근 20년을 급식을 먹어왔다. 그 기간 동안 한 번도 급식이 반갑지 않았는데 지금은 급식이 그렇게 그립다. 역시 사람은 없어봐야 소중함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