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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심리#02.객관적인 평가, 가능하기나 할까요?

(이미지출처: unsplash)


요즘 대학생들이 학점 이의신청을 하는 비율이 얼마나 될까? 반면 지금 40~50대 리더들은 과거에 어땠을까? 동료 교수들에 따르면 요즘 학생들의 학점 이의신청 비율은 최소 20% 이상 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패턴에 익숙한 학생들이 지금 조직에서 일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사평가에 관한 생각은 어떨까? “우리 팀장님은 자기랑 술 자주 마시고, 밥 자주 먹는 직원을 편애해요.” “나와 별 차이가 없는데 동료는 A를, 나는 B를 받았어요. 평가 근거를 알려주세요” 


인사평가에 대한 수많은 조사에서 나타난 직장인들의 생각은 

“평가기준이 불명확하고 평가과정도 일방적인데다 근거마저 불분명하다”


로 요약된다. 그 결과 인사평가 결과에 불만족하는 직장인 2명 중 1명은 이직을 결심한다는 최근 조사도 있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효과적인 인사평가제도를 만들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데도, 왜 직장인들의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까?


나는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는 착각

직원들과의 소통을 단번에 망치고 싶다면 딱 한마디만 하면 된다. 

“내가 객관적인 입장에서 이야기하는데….” 


이 말 한마디면 직원들은 당신에게 엄청난 거리감을 느끼고 말문을 닫을 것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객관적이라는 말을 너무 많이 쓴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자신을 객관적으로~.” 그런데 이 말을 쓰면 쓸수록 소통이 단절되고 문제가 꼬이며 상황을 더 불편하게 만든다. 반대로 

“내가 보기에는~, 내 생각에는~” 


이라는 말을 하면 상대가 오히려 나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재미있지 않은가? 객관을 강조할수록 거리가 멀어지고, 주관을 드러내면 더 가까워진다. 그것이 인간의 심리다.


사람들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다.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본다. 각자의 의식, 믿음, 태도, 가치 등이 반영되어 특정 대상이나 이슈를 해석하고 판단한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인간의 주관성’이라고 부른다. 회사 내에서도 인사평가나 보상 등은 어떤 결론이 나와도 늘 말이 많다. 입장에 따라 긍정과 부정, 유불리에 대한 해석과 판단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로 다른 주관성을 통해 세상을 본다.


우리는 객관성은 좋고 바람직한 것인 반면 주관성은 미성숙하고 피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생각은 특히 문제해결이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합리적 사고가 강조되면서, 객관성이 더 고차원적이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갖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성공 경험이 많은 리더들일수록 ‘나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있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정답이다’라고 확신하는 경향이 강하다. 문제는 ‘나는 객관적’이라고 생각하는 리더일수록 직원들과 상황 판단에서 인식 차이가 있을 때, 소통에 더 애를 먹는다. 그리고 진짜 다루어야 할 상황이나 해결하고 싶은 문제는 점차 대화에서 멀어지고 갈등만 남는다. 


객관적 평가가 아니라 평가의 주관성 공유가 열쇠다 

작년 말 모 대기업이 인사평가 제도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 중 우리 연구소의 눈길을 끈 대목은 개인 성과평가를 절대평가로 바꾼다는 것과 동료평가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이었다. 이럴 경우 평가를 담당하는 부서는 성공적인 개편을 위해 ‘어떻게 객관성을 확보할 것인가’에 초점을 두기 쉬운데, 심리학자 입장에서는 ‘어떻게 주관성을 공유할 것인가’ 또한 공들여 준비하라고 권하고 싶다. 그런 이유는 평가 결과에 대해 모두가 동일하게 인식하는 객관성은 그 객관성을 향해 각자의 주관성을 공유해가는 끝없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다음과 같은 준비가 필요하다.


첫째, 구성원 심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인사평가는 리더만의 문제가 아니라 구성원의 심리적 대응도 중요한 축이다. 후진국에서 태어나 성장한 리더들과 달리, 선진국에서 태어난 요즘 세대는 혼나고 반성하는 것보다 칭찬받고 자존(自尊)하는데 훨씬 익숙하다. 따라서 이전 세대보다 평가 자체를 더 불편하게 느낄 뿐더러, 낮은 평가에 대해서는 더욱 더 격렬히 불편함을 호소한다. 특히 공부 잘하고, 똑똑하다는 인정을 받는 사람일수록 더욱 더 그렇다. 


둘째, 절대평가를 운영하려면 리더들의 준비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인간의 뇌는 차이와 변화에 민감하도록 진화해 왔고, 그래서 사람들은 일상에서 절대평가보다는 상대평가를 훨씬 빈번하고 익숙하게 사용하기 때문이다. ‘키가 크다’거나 ‘일을 잘한다’의 기준은 뭘까? 전부 상대적이다. 그동안 리더들은 부서 내에서 비슷한 경력의 직원들을 비교해서 평가했다. 그런데 절대평가에서 리더들에게는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는다. 


셋째, 리더들의 겸손함과 부지런함이 필요하다. 절대평가를 사용하는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 GE 등은 연간평가에서 분기별 평가로 그리고 1:1의 개별적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며 구성원들에게 배려와 존중을 보이려 한다. 또 평가과정도 줄 세우기보다는 업무 우선순위 결정과 지원사항 파악 등 육성과 지원관점으로 전환했다. 최근 한국의 직장인들이 원하는 공정함이란 내가 얼마를 받았는가 뿐만 아니라 그 과정과 절차가 공정했는가, 리더가 나를 존중하고 정보를 충분히 제공했는가도 중요해 보인다. 그래서 더욱 개별적인 관심이 중요해졌다. 직원들은 상사가 자신에게 진정한 관심을 가지고 커뮤니케이션을 한다고 생각할 때, 공정함에 대한 인식이 훨씬 높아지기 때문이다.  


넷째, 사람의 마음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리더들은 경영에 대해서는 많이 배웠지만 인간의 마음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별로 배워본 적이 없다. 특히 한국 기업의 리더들은 사람에 대한 판단과 의사결정을 HR부문이나 경영층이 결정한 결과를 통보받는 경우가 많았지, 자기 주관으로 판단한 경험이 많지 않다. 그래서 고위직으로 갈수록 사람을 보는 안목의 문제로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 이제는 인간의 마음이 작동하는 방식, 사람들을 제대로 평가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공부를 할 때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입장만 고집하는 직원에 대해서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상황을 더 많이 알고 있다. 동료평가는 리더의 주관성을 보완해주는 또 다른 공유된 주관적 정보다. 이래저래 리더들이 할 일이 참 많다.



이 글은 저자가 매일경제신문 MK BUSINESS STORY에 기고(2022.03.03)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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