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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직장인 스토리#08. 운인가, 실력인가(1)

(이미치 출처: unsplash)


우리가 이룬 성공 가운데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 이룬 것은 얼마만큼이고, 남의 힘이나 상황 덕분에 이룬 성공은 어느 정도일까? 반대로 자신이 겪은 실패나 좌절에서 자기 탓은 어느 정도이고 남 탓이나 상황 탓은 얼마나 될까? 우리는 인생에서 부모나 친구, 선배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는다. 또 사회적 상황이나 시대적 영향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우리의 성공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는 정말 알기 어렵다. 아마 어떤 통계기법이나 수학공식을 사용하더라도 그것을 낱낱이 쪼개고 나누어 분석할 수는 없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질문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내가 성공했으면 그 이유를 알아야 성공을 복제할 수 있고, 실패했다면 그 원인을 알아야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우리의 삶에, 특히 성공이나 실패에 행운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성공 앞에서 우리를 겸손하게 만들고, 실패 앞에서 위로를 얻게 해주기 때문이다.


성공에는 행운이 얼마나 작용할까?

사람들은 보통 성공을 자신의 노력 때문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누구보다 열심히, 치열하게 살았기 때문에 성공을 거두었을 거다. 그럼에도 성공이 오직 자신의 노력 때문이라고 말하기엔 왠지 부족한 점이 있다.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극심한 시대에는 우연한 사건들이 사람들의 삶에 훨씬더 크게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으며, 그만큼 성공에는 상당한 행운이 뒤따라야 한다. 

코넬대 경제학자인 로버트 프랭크 교수의 말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런 ‘행운’의 영향을 잘 인정하지 들지 않는다. 자신의 성공에 대한 자부심이 클수록, 또 사회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사람일수록 더 그렇다. 이들은 자신의 실패는 운이 나빴다고 말하는 반면, 성공에 대해서는 자신의 노력은 강조하고 행운의 영향은 과소평가한다. 


많은 현자들은 인생의 궤적은 크게 세 가지 요건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한다. 첫째는 유전, 둘째는 성장환경 그리고 마지막이 시대적 상황이란다. 즉 성공은 유전과 성장환경 그리고 시대적 상황이 버무려진 결과란다. 그렇다면 이 중 자신의 노력만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게 한 가지라도 있는가? 자신이 남들보다 머리가 좀 더 좋다면, 자신의 외모가 남들보다 꽤 괜찮다면, 자신이 특정 영역에서 남들보다 더 나은 재능을 가지고 있다면 그건 행운을 타고난 셈이다. 왜냐하면 그런 사람은 이미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는 상당한 자원을 가진 셈이기 때문이다. 


그런 자원 중에 대표적인 것이 성격이다. 심리학자들은 성격이야 말로 대표적으로 유전과 성장환경의 영향을 받는 요인으로 꼽는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성격의 50%는 유전적 요소에 의해 결정된단다. 예를 들어 성격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성격 5대 특성’ 검사에서 성실성 점수가 높으면 흔히 말하는 성공 가능성도 높다. 성실성 점수가 높은 사람은 자기관리도 잘하고, 건강관리도 잘한다. 성취욕구도 크고, 목표지향적이고 책임감도 있다. 결과적으로 성과도 좋고, 좋은 평가를 받고, 연봉도 높다. 그래서 성실점 점수는 삶의 질을 예측하는데도 중요한 척도가 된다. 


또 다른 대표적인 성격특성인 외향성과 내향성의 정도 차이는 학업 성취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내향적인 사람이 학교 성적이 더 좋은데, 가장 큰 원인은 학습 환경 때문이다. 외향적인 사람은 자극적이고 즐거운 환경에서 학습 효과가 좋다. 그런데 보통의 학교는 그런 환경과는 거리가 있다. 그래서 외향성과 내향성이 성적에 영향을 주게 되는 거다.


회복탄력성은 그 때 그 때의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회복탄력성을 가질 수 있는 성격을 가진 사람은 가장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도 그것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그래서 변동이 심한 상황에도 달려들 수 있고, 결국 성공의 행운이 찾아올 가능성도 커진다. 결국 성공에는 노력만큼이나 성격도 중요하다는 거다.


또 ‘아이를 위해 아낌없이 사랑을 주고, 최고의 과외 선생님을 붙여주고, 진학을 위해 온갖 스펙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해줄 수 있는 부모에게 태어났다면 출생부터 이미 커다란 행운이 시작된 것이다. 실제 2020년 서울대 입학생 중 가구 소득이 상위 10%인 학생의 비율이 62.9%에 달했다.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아이의 학습 기회가 달라지고, 거주지역의 학습 환경과 사교육 인프라에 의해 아이의 학업 성취도가 영향을 받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아이의 성적은 ‘할아버지의 재력과 엄마의 정보력 그리고 아빠의 무관심’이 결정한다는 얘기가 그냥 나온 얘기는 아니듯 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만 그럴까? 영국에서 1970년생 아동들을 추적 조사한 자료에서도 이러한 ‘금수저’의 위력은 분명히 나타난다. 타고난 인지능력과 상관없이 120개월 무렵에는 좋은 환경을 가진 아이는 높은 지능 쪽으로, 나쁜 환경을 가진 아이는 나쁜 지능 쪽으로 수렴해 가더란다. 좋은 지능과 뛰어난 잠재력을 가지고 태어났어도 환경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힘들어진 세상이 됐다는 거다.


우리가 전혀 통제할 수 없는 시대적 상황도 우리의 성공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내가 만약 한국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 태어났다면, 내가 만약 100년 전에 한국에 태어났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았을 것이다. 역사적 사실들은 이런 가정을 증명해 준다. 20세기 초 뉴욕의 로스쿨 졸업생 중 유대인들은 일류 로펌에 취업하지 못했다. 당시 일류 로펌은 대개 부유한 개신교들을 채용했기 때문이다. 취업이 어려웠던 유대인 로스쿨 졸업생들은 어쩔 수 없이 스스로 로펌 설립했는데,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엘리트 로펌에서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적대적 인수합병 소송을 전문적으로 취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산업 환경이 급변하면서 70~80년대 적대적 인수합병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이들 유대인 변호사들은 전문성과 경험을 기반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여 년 전 벤처 기업의 성공신화는 IMF 구제금융을 벗어나기 위한 시대적 상황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없었다면 나타나기 어려웠을 것이다. 또 ICT 산업, 게임 산업, 모바일 비즈니스는 한국이라는 좁은 땅덩어리와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현재의 성공은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시대 상황과 사회적 맥락의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노력이 결실을 맺고 성공할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행동경제학 창시자인 대니얼 카네만은 성공을 이렇게 정의했다. 


보통의 성공은 재능과 운의 결합이다.
그리고 대단한 성공은 약간 더 많은 재능과 약간 더 많은 운의 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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