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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직장인 스토리#09.점쟁이는 당신 자신이다(1)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미래와 운명을 궁금해 한다. 특히 삶을 결정짓는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거나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불안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다보니 불안함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있고, 실패를 피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성공의 방법을 찾고 싶어 하기도 한다. 그리고 선택에 대해 확신을 심어주거나 방향을 결정해주기를 기대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사주, 운세, 신점, 타로 같은 소위 점집, 철학관, 카페들이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도 때로는 재미삼아, 때로는 간절하게 자신의 미래와 운명을 알고 싶어 이곳을 찾는다. 재미있는 점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주나 운세가 꼭 맞는 것처럼 느낀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최악의 결과보다 사람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불확실성

심리학자들은 인간이 가장 싫어하는 심리 상태 중 한 가지로 불확실성을 꼽는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에 대규모 조직개편과 인사발령이 예정되어 있다는 소문이 돈다면 기분이 어떨까? 또는 대규모 희망퇴직이 예정되어 있다면 일에 몰입이 될까? 


아마도 일은 뒷전이고 카더라 통신에 귀를 쫑긋 세우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채팅창은 온갖 루머들로 도배되지 않을까? 


이처럼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에 놓이는 것은 누구에게나 불편하고 괴롭다. 내가 처하게 될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알 수 있다면 미리 준비해서 대처하면 된다. 그렇게 되면 어느 정도 상황도 통제할 수 있다. 그런데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도 어렵고 적절한 준비도 어렵다. 그러다보니 내가 상황에 끌려 다니면서 통제할 수 없다고 느끼고, 결과적으로 스트레스와 심리적으로 불편함을 느낀다. 


또 불확실한 상황은 사람들이게 부정적인 정보나 사실에 대해 지나치게 관심을 갖게 만든다. 그리고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뇌는 이런 부정적인 정보나 사실을 확대 재생산시켜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하고 여기에 집착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불확실한 상황 속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상상한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을 때보다 오히려 더 불안함을 경험하기도 한다. 


실제 심리학자들이 암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를 보면, 암을 확진받은 이후 보다 조직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더 많이 불안해했다. 자신이 암환자가 되어 경험할지도 모르는 최악의 상황들을 상상하면서 불안과 공포를 느꼈던 거다. 흥미로운 사실은 조직검사 결과 암이 아니라면 당연히 안도감을 느끼겠지만, 설령 암이라 하더라도 사람들의 마음에는 심리적 면역체계가 작동해서 서서히 평정심을 찾아간다는 것이다. 마치 감기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생물학적 면역체계처럼 사람들이 불안감을 떨쳐버리고 마음의 평정을 회복하도록 돕는 심리활동이 일어난다는 거다.


불확실성이 주는 스트레스와 심리적 불편함은 암진단처럼 중대한 상황에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불확실성이 주는 불편한 마음은 우리 일상에서도 흔히 경험한다. 버스나 기차가 지연될 때 아무런 정보도 주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해보라. 아마 스트레스나 긴장감 같은 불편한 마음을 느낄텐데, 이런 불편한 마음은 불확실성 때문이다. 반대로 비록 도착이 지연되더라도 버스나 열차 도착시간을 정확히 알려준다고 생각해보라. 스트레스가 훨씬 줄어드는 경험을 한번쯤은 해보셨을 거다. 요즘은 시내버스 정류장에서도 도착 예정시간을 다 알려준다. 그래서 훨씬 편한 마음으로 버스를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불확실성은 불안이 자라나는 토양이 된다.
왜냐하면 불안은 항상 미래를 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위스콘신 대학의 심리학자인 잭 니츠키의 말이다. 


중년은 불확실성이 최고조가 되는 시기

불안은 살아가면서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중요한 선택을 앞두고도 느낄 수 있고, 실패나 좌절을 경험하면서도 느낄 수 있다. 막연하고 모호한 상황에서도 쉽게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자 할 때 불안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든지 변화의 시기를 맞으면 불안해지게 마련이다. 


중년기에는 이직이나 퇴직 같은 직업이나 직장 문제, 그에 따른 경제적 문제, 부부나 자녀 문제 등 다양한 사건과 변화들이 일어난다. 이때는 특히 미래의 삶을 결정짓는 여러 가지 중요한 선택들을 하게 되는데, 그 선택의 결과들이 대부분 불확실하고 그래서 불안함이 밀려온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온 머리를 뒤덮으니까 아무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대비가 안된 상황에서 잘린다고 상상하니까 온 세상이 진짜 부정적으로 보여요.
걱정을 계속 안고 사는 거죠.” 


이런 이유 때문에 중년은 미래의 삶에 대해 더 불안해하고 걱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펜실베니아 주립대 심리학과 교수인 미셀 뉴먼은 걱정을 해본들 마음만 불편하지 실제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한다. 뉴먼은 걱정이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는지 조사했다. 그랬더니 모든 사람들에게 걱정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더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걱정을 하면 미래에 당면하게 될 일들을 잘 대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믿음이란다. 


“걱정을 많이 할수록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줄어들며, 그들이 생각하는 해결책이 실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도 작아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뉴먼의 말이다.


불안은 걱정을 불러일으키는 유쾌하지 않은 감정이다. 그래서 우리는 불안을 없애고 싶어 한다. 그런데 불안은 없앨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불안은 인간의 생존에서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낯선 환경이나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생명체에게 나타나는 경고 반응이 불안이다. 불안은 위험하고 불안정한 상황에서 한 개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진화심리학에서 불안은 인간의 생존 역사와 함께 해온 필수 현상이라고 한다. 정상적인 불안은 위험을 경고해주고, 그것에 대비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적응적인 기능 덕분에 우리는 시험을 앞두고 열심히 공부도 하고, 노후를 대비해서 돈을 아끼고 모으는 것이다.  


안타까운 점은 많은 사람들이 별로 효과적이지 않은 방식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지나친 걱정과 불안은 생각의 폭을 좁히고,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게 만든다. 대중들 앞에서 발표를 해야 하는 장면을 상상해보면 불안의 강력한 위력을 알 수 있다. 또 불안은 새로운 상황에서 사람들을 더 보수적으로 반응하도록 한다. 그래서 리스크가 있지만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선택을 하기 보다는 리스크가 거의 없지만 현상유지는 할 수 있는 선택을 하게 만든다. 그러니 결과적으로 지금보다 더 나아지기는 어렵게 되는 것이다. 


또 긍정적인 결과보다 부정적인 결과를 더 크게 지각해서 새로운 선택을 하기 어렵게 만든다. 심지어는 불확실성이 주는 스트레스가 너무나 크기 때문에 사람들은 불확실성을 없애기 위해 더 나쁜 결과를 선택하기도 한다. 뉴먼은 “불안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이 장기적으로 해가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단지 현재의 불확실성을 없애기 위해 그런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갑작스럽게 퇴직을 한 중년들이 사기꾼들의 감언이설에 속아 넘어가는 것도 최대한 빨리 불확실성을 없애려는 조급한 마음에서 시작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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