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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심리 #03.서베이, 제대로 활용하려면

불편한 진실들과 직면하라

(이미지 출처: unsplash)



요즘은 조직마다 이런저런 서베이를 많이 실시한다. 조직문화 진단, 리더십 진단, 직원만족도 진단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한 의견들을 서베이를 통해 파악한다. 그런 진단을 개발하고 실시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20년 넘게 수행하면서 느꼈던 몇 가지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응답률과 불성실 응답을 먼저 확인 

많은 경우 담당자는 서베이 결과를 분석해, 작년 결과와의 공통점· 차이점 등 의미 있는 한두 가지 시사점을 찾아 훌륭하게 보고하는 것에 초점을 둘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부분 간과하고 있는 핵심은 응답률이다. 국내 대기업을 기준으로 보면, 평균적으로 2주 정도에 50~60%의 응답률을 보인다. 간혹 3주 넘게 실시하고 중간에 응답 독려 메일을 발송해도 30%에 못 미치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진단의 전체 평균이나 세부 영역별 점수보다 이미 낮은 응답률 자체가 주는 의미가 크다. 이는 구성원들이 이런 서베이에 관심이 없거나 기대가 없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통계 분석은 데이터의 대표성이 일차 조건이다. 


리더십 다면진단의 경우에도 해당 리더에 대한 부하직원의 응답률이 일차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정보다. 특정 리더의 결과가 회사 전체 평균보다 조금 낮더라도 구성원들 대부분이 응답한 리더에게는 희망이 있다. 서로 할 말을 하기 때문이다. 


응답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불성실 응답 비율이다. 응답률이 50%가 넘는다고 해도 특정 점수에 일괄적으로 응답하는 불성실 응답의 비율이 높으면 그 역시 엉터리 자료가 된다.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평균뿐만 아니라 변산(개인 차이)이기 때문에 불성실 응답이 많으면 통계 분석도 무용지물이 된다. 보통 불성실 응답 비율은 5% 이내인데, 심지어 40%가 넘는 경우도 있었다. 불성실 응답은 그 조직의 불신과 냉소주의를 반영한다. 우리 회사는 어떠한가? 


조직문화·리더십·만족도 등
기업내 다양한 `진단` 활성화
구성원 마음 읽기가 주목적
쓴소리도 기꺼이 들어야
`건강한 조직` 만들 수 있어


◆ 리더십 다면진단의 핵심은 부하 평가 

많은 조직에서 팀장 이상 리더들을 대상으로 360도 다면진단을 실시하는데, 우리 연구팀은 상사 평가와 동료 평가를 제외하고 본인과 부하만을 대상으로 하는 180도 진단을 추천한다. 왜냐하면 동료 리더들도 정작 그 리더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 리더가 팀 안에서 구성원을 어떻게 대하는지, 일하는 방식은 어떠한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고 막연한 평판에 의존해서 응답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상사 평가를 제외하는 것은 상사는 한 명이기 때문에 리더 당사자가 결과에 너무 민감해지는 것도 있고, 상사가 부하 리더에게 하고 싶은 피드백이 있으면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리더에 대한 평판은 그 리더가 의식하고 포장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는 상사에게 인식된 모습보다, 평상시 모습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구성원의 시각이 더 정확하다. 축구 감독 모리뉴의 말처럼 '선배보다 후배를 더 무서워하라'가 적용된다. 부하들이 본 모습이 진실에 가깝다. 단기적으론 폭군이 승승장구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회사에 해가 된다. 사람들을 착취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군 리더들이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다면 불행한 일인데, 과연 우리 회사의 다면진단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 조직문화 진단은 상황과 맥락을 고려해야 

지난 20년 넘게 국내 기업들은 ○○ Way, ○○ DNA, ○○ 리더십 모델 등으로 회사의 가치를 정리하고, 매년 그 수준을 측정하고 있다. 그런데 심리학자 입장에서 보면 흥미로운 측면이 적지 않다. 


우선, 조직 가치도 유행을 탄다. 1970~1980년대에는 모든 회사 사훈에 '근면'과 '성실'이 빠지지 않았다. 그러더니 1990년대와 2000년대를 거치면서 '도전'과 '글로벌'이 화두였다. 최근에는 '창의'나 '행복' 이 늘어났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인데, 한 개인도 그러하듯이 조직 역시 처한 상황이 바뀜에 따라 추구해야 하는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일 것이다. 근면과 성실로 생존의 문제는 해결했지만, 더 나은 발전은 도전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제 우리나라의 경제 수준도 세계 10위권에 이르렀기에, 후발주자로서 선진국들을 열심히 쫓아가는 단계가 아니다. 따라서 우리 스스로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 되는 지경이 됐다. 그래서 창의성이 강조되는데, 창의성을 수능 과목처럼 외워서 정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버릇은 여전해 보인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유행하는 단어들이 회사의 상황과 맥락에 적합한지에 대한 확인이다. 사업 영역이 철저하게 국내에 한정하는 조직에서 글로벌 화두는 어색하고, 안전 최우선의 장치산업에서 도전과 혁신은 위험할 수도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좋은 말은 다 합쳐 놓는' 것이다. 이럴 경우 정말 죽도 밥도 안된다. 한 회사에서 중요시하는 조직 가치 중에는 양립하기 어려운 것도 많다. 예를 들어, '도전(창의)'와 '인화(팀워크)'는 같이 가기 힘들다.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사람과 함께 일해 본 경험이 있다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따라서 창의와 인화 중 어느 하나를 분명히 하는 편이 훨씬 생산적인데, 아직도 우리는 어린 시절 성탄절에 받았던 '종합선물세트'에 대한 추억을 잊지 못한다. 


교과서에는 정답이 있지만, 현실에는 정답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면,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나' 적용가능한 솔루션은 없다. 상황과 맥락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20년 전에 유효한 방식과 현재 효과적인 방식은 같을 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해외 컨설팅 회사에서 제시하는 글로벌 표준의 조직문화 진단을 만병통치약처럼 받아들여, 외국계 회사와 점수를 비교해 낮은 점수의 영역을 무조건 보완하려는 시도는 일견 바람직한 노력이지만, 그게 과연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서는 반문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 회사의 상황과 맥락에 부합하는지 말이다. 


구성원의 마음을 알고자 하는 서베이는 반드시 필요하다. 제대로 된 서베이는 경영자에게 불편한 진실을 직면하는 데 도움을 주고, 그것을 통해 건강한 조직을 만드는 데 기여한다.



이 글은 트라이씨 심리경영연구소 공동대표 김도환박사가 매일경제 MKBusiness Story에 기고(2022.04.07)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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