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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직장인 스토리#09.점쟁이는 당신 자신이다(2)

불안감을 줄여주는 상황에 대한 통제감

심리학자들은 주변 세상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정도에 따라 행복 수준이 달라지는지 조사했다. 먼저 연구자들은 대부분의 삶의 장면에서 자신의 의지와 통제가 잘 통한다고 믿는 사람과 주어진 삶 속에서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것뿐이라고 믿는 사람들을 두 집단으로 구분했다. 그리고 이 사람들의 행복 수준에 대해 조사를 했다. 그랬더니 주변 세상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지의 여부에 따라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에 차이가 있었다. 


즉 자신이 주변 세상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무언가를 성취하고자 하는 의지가 더 강했고, 불안감이 적었으며, 어려움에도 잘 대처했고, 그 결과 더 행복수준이 높았다. 그런데 이 결과에서 진짜 주목해야 할 점은 실제로 그들이 세상을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는지 여부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차이는 주변 세상을 통제할 수 있다고 자신이 ‘믿는’ 정도다. 


즉 스스로 미래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믿는 것이 자신의 능력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과 사람들의 행복 수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더라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을 둘러싼 상황이나 사건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 즉 스스로 뭔가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통제감이라 한다. 이런 통제감은 사람들의 신체적인 건강은 물론 삶의 만족감이나 행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수많은 심리학 연구 결과가 있다. 따라서 이런 믿음은 역설적으로 삶이 혼란스럽고 예측불가능한 시기에 더 필요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자신의 삶을 잘 관리해온 것처럼, 여전히 자기 운명의 강력한 주인이라고 스스로 믿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중년의 변화는 불가피한 것이다. 그런 변화는 너무나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그리고 변화에는 어쩔 수 없이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경험이 따라온다. 변화에 직면한 사람들은 그 시기가 힘들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고 수용해야 한다. 그것을 모르면 자기 혼자만 힘든 삶을 산다는 우울함에 빠져 점점 더 좌절한다. 


우리는 왜 점과 운세를 보러 다닐까?

그렇다면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왜 점과 운세를 보러 다닐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에 앞서, 다음 글을 한 번 읽어보시라. 이 글은 심리학자인 저자가 당신의 특성을 묘사한 글이다.


“당신은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하고 존경하기를 바란다. 당신은 스스로에게 비판적인 경향이 있다. 당신에게는 아직 장점으로 발휘되지 않은 많은 잠재력이 있다. 비록 성격상 약점도 있지만 이를 적절히 보완할 수도 있다. 겉으로는 스스로를 잘 조절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속으로는 걱정하고 불안해하기도 한다. 또 때로는 내가 좋은 결정을 내렸는지 그리고 적절한 행동을 했는지 의심하기도 한다. 당신은 약간의 변화를 좋아하지만, 그 변화로 인해 어떤 제약에 부딪힐 때면 불평도 한다. 당신은 자신이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사람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그러나 이 때문에 확실한 증거 없이는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받아들이지 않기도 한다. 당신은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을 너무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현명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당신은 외향적이고 다정하고 사교적이지만, 때로는 내성적이고 다른 사람으로 인해 위축되기도 한다. 또 당신은 너무 비현실적인 어떤 소망을 갖고 있기도 하다.”


어떤가? 당신의 특성과 유사하지 않은가? 

이 글은 19세기 말 미국의 사업가이자 쇼맨이었던 바넘이 서커스 공연에서 관람객들의 성격을 알아맞히는 마술에서 유래했다. 그가 속임수를 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원해 무대로 나갔고, 바넘은 그 사람의 성격을 정확하게 맞췄다. 바넘의 놀라운 능력은 미국 전역에서 회자되면서 많은 돈을 끌어 모았다. 


이 의심스러운 바넘의 비밀을 밝힌 사람은 심리학자 포러였다. 포러는 학생들에게 자신이 제작한 것이라면서 새로운 성격 검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일주일 후 학생들 개인의 성격이 묘사된 결과지를 나눠주었다. 그리고는 학생들에게 검사 결과가 자신의 성격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0점에서 5점까지 점수를 매겨보라고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학생들의 점수는 평균 4.2점이었다. 다시 말해 검사 결과가 자신의 성격을 매우 잘 묘사하고 있다고 응답한 것이다. 


여기에는 중요한 조작이 있었다. 학생들이 받은 결과지는 모두 동일한 것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학생들은 이 결과가 자신의 성격을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다고 생각했을까? 그 이유는 포러가 학생들에게 나눠주었던 결과지의 성격 묘사 때문이다. 좀 전에 여러분이 읽었던 그 성격 묘사 말이다.


이렇게 애매한 표현들은 누구에게나 적용될만하고, 사람들은 그 애매한 표현들을 자신의 입장에 맞게 재구성한다. 미래에 대한 얘기도 마찬가지다. ‘여름에 물가를 조심하라’는 말처럼 잘 따져보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보편적인 예측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라고 철석같이 믿는다. 


또 점쟁이나 타로 마스터의 예언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느끼는 이유가 있다. 의사의 처방을 받으면 우리는 그 처방에 따른다. 약도 먹고 음식도 조절하고, 운동도 한다. 술과 담배도 줄이거나 끊는다. 이렇게 하면 건강이 좋아진다. 마찬가지로 점쟁이나 타로 마스터의 예언을 믿고 그에 따라 행동하면 결국 예언대로 이루어질 확률이 높아지는 거다. 결국 그 점집이나 타로 마스터는 ‘용한 곳’이 되는 거다.


여기에 더해 사람들은 점쟁이나 타로 마스터를 찾아가기 전부터 어느 정도 마음속에 답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아무 생각이나 기대 없이, 백지상태로 누군가에게 질문을 던지러 가는 일은 거의 없다. 어느 심리학 교수는 간혹 제자들이 “이런 사람과 결혼해도 될까요?”라고 물으러 오면 아예 답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질문을 하는 제자는 이미 마음속에 답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기대하고 오기 때문이란다. 점을 보러가는 것은 자신의 결정에 힘을 실어 줄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불안은 걱정을 불러오고, 불안과 걱정은 우리의 마음을 위축시켜 앞으로 한 걸음도 나가기 힘들게 한다. 그래서 누군가가 나의 선택이나 미래를 예측해주고 지지해주기를 기대한다. 그렇다면 점집을 드나들며 시간과 돈을 낭비하기보다는 차라리 주변의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시라. 그들의 경험과 지식이 당신의 결정에 더 큰 힘이 될 거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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