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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심리 #04. 기업문화는 조직의 심리적 자산

기업문화는 어디에 존재하며,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윗분들은 항상 ‘혁신하라, 도전하라, 창의적으로 시도하라’고 강조하시죠. 그런데 막상 새로운 것을 들고 가면 다른 말씀을 하세요. 유사 사례를 확인하라거나, 해본 적이 없어서 안 된다고 말이죠, 우리 회사는 더 잘해 보겠다고 리스크를 안고 도전할 필요가 없어요. 그러다 문제가 생기면 본인만 다치거든요. 우리 회사 문화는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라’예요.”


기업문화를 왜 알아야 하나? “기업문화는 한 기업의 심리적 자산이다”

  훌륭한 회사와 평범한 회사를 구분 짓는 것은 제품이나 서비스, 브랜드나 시장 지위뿐만 아니라 기업문화다. 특히 저성장시대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우리의 사고와 행동, 판단기준으로 작동하는 문화는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어 강력한 에너지로 작동한다.  구성원이 가지고 있는 문화와 잠재의식에 따라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가려는 시도가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문화를 이해한다는 것은 경영자로 하여금 회사의 성공이나 실패에 대한 원인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해준다. 기업은 자신의 문화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통하여 기업문화가 조직 목표 성취 및 생존에 미치는 영향력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현실의 문제를 개선하거나 새로운 미래의 방향성을 준비할 수 있다. 조직 발전을 위한 가장 큰 기회는 문화의 발견과 개발이다. 왜냐하면 기업문화는 ‘한 기업이 앞으로 5년 후의 재정적 자산을 예언하는 데 쓸 수 있는 한 조직의 심리적 자산'(Hofstede) 이기 때문이다. 


기업문화는 조직 심리적 자산
경쟁우위 튼튼하게 만들고
생산성 높이는 전략적 도구


문화는 어디에 있나? “문화의 본질은 직원들이 무엇을 경험하고 믿느냐다.” 

  그러나 많은 기업에서 강조하는 기업문화는 창업자나 경영진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런 훌륭한 가치나 성공 경험에 기반한 지향점을 제시하면 구성원들에게 그대로 전달되고 수용될 것이라고 전제하고 있다. 그래서 도전, 창의, 열정, 소통, 변화, 혁신 등과 같은 가치나 구호를 만들어서 교육을 하면,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지고 기업의 경쟁력이 생겨날 것이라고 기대한다. 

  문제는 이렇게 제시된 기업문화는 정작 그 안에서 일하고 있는 구성원들의 생각이나 행동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심지어 현재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암묵적인 믿음이나 행동들과 완전히 상반된 이상적이고 멋진 구호로 제시되는 경우도 흔하다. 이런 까닭에 ‘그렇게 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하는 문화는 실제적으로 구성원들의 사고와 행동을 지배하는 암묵적 믿음과 차이가 발생하고, 결국에는 경영진의 기대나 강조와는 다른 결과를 얻게 된다. 

  그 이유는 문화는 회사가 표방하는 구호나 이념보다 구성원들이 무엇을 경험하고 믿느냐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즉 구성원들은 조직에서 누가 승진하고, 누가 연봉을 더 받으며 누가 어떤 책임을 지는지를 보면서 문화를 체득한다. 그리고 어떤 문화를 한번 받아들이면 이를 믿고 그 문화에 맞춰 생활한다. 문화의 본질은 구성원들이 일상적인 경험을 통해 공유된 암묵적 믿음(무의식적 신념, 인식, 사고, 감정)이다. 그리고 이러한 암묵적 믿음이 회사의 성공과 실패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핵심요소로 작동한다. 하지만 내부 사람들조차도 그들의 일상적인 행동을 좌우하는 암묵적 믿음이 무엇인지, 그 믿음을 만든 요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설명하지 못한다. 


대부분 경영진 창업자가 제시
구성원들 생각은 반영 안돼
화려한 건물이나 시스템보다
구성원들이 일상에서 경험한
암묵적 믿음이 기업문화 근간


문화를 어떻게 측정할 수 있나? “문화는 진단 점수의 높낮이 그 이상이다.”

 이러다 보니 문화의 측정과 해석도 혼란스럽다. 많은 기업에서 기업문화를 측정하기 위해 회사의 제도, 급여, 복지, 소통, 운영시스템, 관리자 리더십 등에 대한 서베이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지만, 대부분 진단문항들을 하나하나 분리하거나 몇 개의 문항을 범주로 묶어‘높다, 낮다’또는‘긍정, 부정’정도의 일반적인 특징만 확인하거나 비교 분석하는데 그치고 있다. 실제로 문화는 개별 진단문항 자체(텍스트)가 아닌 문항들 사이의 유기적인 조합 속에, 문항의 이면에(컨텍스트) 존재하는 것인데도 말이다. 

또 선진기업이나 글로벌 표준의 진단문항을 그대로 받아들여 사용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렇게 자사의 상황과 맥락에 부합하는지 면밀한 검토 없이 사용하다 보니 정작 필요한 정보는 얻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그 결과 평균 점수를 중심으로 여러 형태의 비교를 실시하고 있는데, 많은 경우 점수 순으로 서열화시켜 부서간 비교 평가 도구로만 활용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그러다보니 진단 결과 점수가 전체 평균보다 낮은 집단들은 유형・무형의 개선압력을 받으며 나중에는 귀찮아서라도 점수를 잘 주겠다는 반응을 보이곤 한다. 


문화 측정에 대한 새로운 접근 “조직에 대한 감정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구성원들은 객관적・합리적으로 우리 회사의 문화가 90점 혹은 60점이라고 인식하지 않는다. 기업문화는 이성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을 바라다보는 믿음, 즉 태도와 감정의 문제이다. 그동안 우리 연구소에서 수행한 여러 기업문화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면 자기 조직을 바라보는 구성원들의 심리적 인식은 동아리 조직, 의무방어 조직, 꿈의 조직, 성장 조직, 정체 조직, 용병 조직, 포장(쇼윈도) 조직 등 다양한 형태로 드러났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과 그 기저에 있는 감정은 조직의 모든 제도와 프로세스 그리고 대인관계를 해석하는 필터로 작동하며, 판단과 의사결정 등 행동을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문화는 진단문항이나 범주별 점수 높낮이가 아니라 조직에 대한 구성원들의 다양한 인식의 틀이라는 것을 이해해야만 객관적・합리적 접근의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다. 이런 다양한 인식을 확인하기 위해서 기업문화 진단은 해당 조직을 바라다보는 개인들의 다양한 감정을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감정이 조직을 바라다보는 암묵적인 믿음이자 심리적 속성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조직문화 진단은 구성원들이 조직을 바라다보는 심리적 속성(감정), 다시 말해 진단문항 이면의 컨텍스트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무엇을 얼마나 경험하는지(점수)는 알 수 있지만, 무엇을 어떻게 그리고 왜 경험하는지(심리적 속성)는 포착하지 못하기에 결과에 대한 해법도 찾기 어렵다.

이제 기업문화는 기업의 경쟁우위를 튼튼히 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전략적 도구로 보아야 한다. 하드 파워 뿐만 아니라 소프트 파워를 고려해야만 한다. 기업이란 화려한 건물, 시스템과 조직체계 또는 중장기 계획 같은 것보다도 인간으로 이루어지는 구성체이며, 조직의 진정한 존재는 경영층의 의중이나 조직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마음속에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발상의 전환이 향후 수많은 기업들의 희노애락을 결정할 것이다.



이 글은 트라이씨 심리경영연구소 공동대표 최윤식박사가 매일경제신문에 기고(2022.5.12)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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