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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심리#05.리더의 자기인식이 중요한 이유

(그림출처: unsplash)

난 슈퍼맨 …리더가 착각하는 순간 잘못된다


“최근 회사에서 진행한 리더십 다면 진단 결과를 받아보고 많이 당황스러웠어요. 저의 리더십 스타일에 대해 저와 팀원들의 인식 차이가 예상보다 컸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놀랐던 점은 경청과 자율성 부분이었어요. 저는 평소 팀원들 의견을 잘 들어 주고, 어느 정도는 믿고 맡기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팀원들의 응답은 거의 반대더라고요. 지난 몇 달간 회의 장면들이 스치면서 특정 직원이 유독 점수를 낮게 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마음이 영 불편하더라고요.”(대기업 A상무)


우리는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을까? 내가 생각하는 내 모습과 남들이 보는 내 모습은 같을까 다를까? 그리고 내가 보는 나와 남들이 보는 나에 대한 비교를 통해, 내 모습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 리더들에게 왜 중요할까? 


#리더의 자기인식은 좋은 성과의 핵심요인이다.

최근 자기인식이 리더십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이유는 내가 나를 보는 방식과 다른 사람이 나를 보는 방식을 비교하고, 이를 통해 의사결정과 대인관계를 개선하도록 동기를 부여하여 성과를 향상시키기 때문이다. 자기인식은 메타인지를 활성화시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 알 수 있게 하고, 이것을 통해 자신의 행동이 조직의 다른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조직에서 중요한 것은 리더가 하는 일이나 그 방식이 아니라, 리더가 하는 일과 그 방식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해석하는지 아는 것이다. 메타인지를 통한 자기인식은 자신의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자기객관화 능력을 높이기 때문에 의사소통도 잘 되고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심리학이나 경영학 연구들에서도 리더들이 자기 자신을 정확히 알 때 더 자신감 있고, 일관성을 발휘할 수 있으며 타인들과 효과적인 관계 구축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통해 상호간의 협력이 증진하며 의사소통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한다. 직장에서 향상된 의사소통은 구성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궁극적으로 업무 성과를 높인다. 스탠포드 대학에서도 리더의 성공을 예측하는 역량 중 하나로 IQ와 기술적 능력보다도 자기인식을 더 중요한 요인으로 꼽았다.


아울러 리더의 자기인식 능력은 의사결정의 수준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캐다 나웨스턴 온타리오 대학의 경영학자인 미첼(J R Mitchell) 등이 한 연구결과, CEO들이 생각보다 의사결정에서 실수를 많이 하며, 이런 의사결정 실수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 때 성패의 핵심은 CEO의 자기객관화 능력에 달려 있었는데, 자기인식이 되는 경우 잘못된 의사결정을 할 확률이 36퍼센트인데 비해, 자기인식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 잘못된 의사결정을 할 확률은 무려 70퍼센트에 달해 두 배나 높은 수준이었다. 이들은 자신을 아는 것이야 말로 실수를 줄이는 핵심이며, 따라서 리더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려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인지 세계 유수의 비즈니스 스쿨에서는 모두 리더십 개발의 중요한 단계로서 자기인식에 중점을 둔 프로그램을 설계, 운영하고 있다. 


자기인식이 제대로 되는 리더 잘못된 의사결정할 확률 36%
자기인식이 제대로 안되는 리더의 경우는 잘못된 의사결정 확률 70% 달해


# 자기인식을 방해하는 요소들 : 영웅적 리더십에 대한 환상, 권력과 성공 경험

리더의 자기인식이 리더십 개발과 경영 성과에 중요한 요인으로 손꼽히고 있음에도, 정작 우리는 리더들의 자기인식을 돕는 것에 대해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 이유는 첫째, 우리는 공식적 또는 비공식적으로 모든 것을 다 잘하고 모든 것을 갖춘 완벽한 영웅적인 리더십을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알고 나답게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 속의 위인이나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같은 최고의 CEO들의 리더십을 벤치마킹하면 나도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던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런 일은 없다. 왜냐하면 내가 처한 상황은 그들이 처한 상황과 다르고 나는 스티브 잡스도, 제프 베조스도 아니기 때문이다.


둘째, 리더들의 풍부한 지식과 경험은 지나치게 자신감을 갖게 만들고, 그래서 자신의 그것과는 모순된 증거를 무시하면서 종종 잘못된 결정과 행동을 만들어낸다. 우리는 자기가 한 결정이나 행동의 이유를 이성적이고 의식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만, 인간의 마음은 이성적인 방식으로만 작동하지 않으며, 우리의 판단에도 편견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경험이 많은 리더들이 경험이 적은 리더들에 비해 자기인식의 정확도가 떨어지기도 한다. 


셋째, 리더로서 힘과 권력을 얻으면 자기인식을 위한 정보를 얻기가 더 어렵다.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고 하지만 권력을 가진 상사의 말과 행동과 의사결정에 대한 생각을 상사의 면전에서 가감없이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구성원들은 지위와 권력을 가진 리더들에게 솔직한 피드백을 제공하기 어려워한다. 솔직한 피드백이 자신의 직장생활 경력을 위협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또 성공적인 경험을 가진 리더일수록 건설적인 피드백을 덜 편안하게 받아들인다. 경영학 교수인 제임스 오툴(James O'Toole)은 자신이 직원보다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권력이 커질수록 경청하려는 의지가 줄어든다고 말한다. 권력이 많을수록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적절한 피드백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최고의 CEO를 벤치마킹 한다고 모두가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냐
조직원들의 비판적 피드백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중요


# 좋은 리더인지 여부는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의 마음에서 결정된다.

직장에서의 자기인식은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자신의 강점과 약점처럼 자신의 내면세계를 모니터링 하는 것을 포함하여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해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좀 더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한 분석에 따르면 가장 성공적인 리더는 360도 평가라는 공식적 피드백뿐만 아니라 상사, 동료, 부하직원 등으로부터 비공식적 상호 작용이나 회의장면 등을 통해 비판적 피드백을 구함으로써 자기인식의 정교함을 더할 수 있다고 한다. 리더들은 그런 과정에서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다른 구성원들과 더 효과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게 된다. ‘역사상 알려진 유일하고도 확실한 학습방법은 피드백이다.’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의 말이다. 


타인에 의한 피드백은 언제나 불편하다. 하지만 피드백이 없으면 리더십이 망가진다. “내가 하고 있는 것과 구성원들이 받아들인 것 사이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고, 앞으로도 적절한 방식으로 나에 대한 인식을 확인할 필요성을 절감했어요.” 다면진단과 피드백을 받은 리더들의 이야기다. 불편한 진실을 직면하면서, 내가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나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해 보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좋은 리더인지 여부는 함께 일하는 팀원들의 마음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 글은 저자가 매일경제신문(2022.06.02)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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