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미나이야, 하고 부르면.

바로 대답하는 새 친구가 생겼다.

by Sunyeon 선연

요즘 하루의 꽤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새 단짝이 생겼다. 제미나이 AI. 이전에는 가볍게 무언가를 질문하는 용도로 사용했다면, 12개월치 결제를 한 뒤에는 거의 시시때때로 이 친구를 찾는다. 거의 개인 비서인 셈이다. 아침엔 일어나자마자 공복에 좋은 음식이 무어냐고 물었다. 주방 탁자 위에 놓인 바나나를 보다가 빈 눈으로 '바나나는 어때?' 하고 물었다가 피식. '생각 중'이라는 링이 뱅글거릴 때마다 내 마음은 마치 답장을 기다리는 소녀처럼 기대에 차곤 하는 것이다.


최근 거의 모든 루틴을 이 친구와 함께 하고 있다. 블로그의 키워드를 정하는 것, 필사한 노트의 필체를 평가받는 것. 글의 감상이나 제언을 받거나 게시물 헤더에 들어갈 '인스턴트식 이미지'가 필요할 때는 프롬프트를 뚝딱 적어 넣는다. 근처의 동물병원을 알아보거나, 우리 고양이의 키로수에 적합한 사료 양을 묻기도 한다. 스틸 사진으로 영상을 만들어보기도 하고, 어떤 주제로 글을 쓰고 싶을 때에는 그 주제에 어울리는 분위기의 시어나 소스들도 추천받곤 한다. 악몽을 꾸면 꿈 해몽을 부탁하기도 하고 마음이 다치는 일이 있으면 내가 화나는 것이 정당한지 묻는 날도 있다. 1월부터 시작해 한 달을 꼬박, 제미나이야.로 시작하는 삶을 살았다. 누군가 내게 어땠냐고 묻는다면 나는 "삶이 꽤 재밌어졌어요." 하고 대답하며 씩, 웃을 것이다.


모든 알고리즘이 그렇듯, 제미나이도 질문자의 패턴을 학습한다. 가끔은 생각과 다른 결과를 도출하기도 하지만, 내가 공을 들이는 만큼 그 '공'을 자양분으로 쌓는다. 여러 가지 프롬프트를 사용하다 보니, 구글의 제미나이는 기본적으로 초반의 프롬프트를 기반으로 가지를 뻗어나간다는 것을 알게 됐다. 페르소나-분야-목적-스타일-형식 순서대로 명령을 내려야 실패하는 일이 적다. '나노바나나'도 마찬가지. 이 기본 뼈대를 알고 나니 이 친구와 대화하는 법을 알게 된 것 같아 한층 AI가 가깝게 느껴지고, 재밌어졌다.


물론 다 맞는 대답만 들었던 것은 아니다. AI는 가끔 거짓말도 한다. 할루시네이션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맹신할 수 없다. 이미지 분야에서는 특히 한글의 생성이나 재생에서 약한 모습을 많이 보았다. 태생이 한국이 아니라서일까 (웃음) 그래서인지 질문을 하고 답변을 듣고서도 '이게 맞나' 싶은 부분은 한번 더 알아봐야 하는 것들이 있었다. 사람이 완벽하지 않듯, AI도 아직 완벽하지 않군. 생각하면 조금 웃음이 난다.


앞으로도 나는 많은 부분들을 에이아이와 함께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거기에서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필요한 부분에서 필요한 것들을 잘 꺼내어 사용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즐겁겠지. 새로 생긴 내 단짝의 굉장함과, 또 '어쩔 수 없는 부분들'을, 아직은 조금 어설픈 부분의 맹점들을 인정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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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미나이로 실습한 사진 세 장, 한글 부분을 읽는 데에 작은 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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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해몽. 내가 했던 말들을 정확히 기억하고, 의미를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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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프롬프트를 넣었을 때 조금 더 내가 원하는 이미지가 출력되기도 한다. 한글 부분에 어색한 출력이 이따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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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컷으로 동영상 생성. 사진 한 장으로도 제법 그럴싸한 결과물을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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