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피크닉

봄에 어울리는 온도로 산책하는 밤

by Sunyeon 선연
"함께 밤을 걷는다는 건, 그냥 걷는 게 아니야. 누군가와 같은 보폭으로, 같은 어둠 속을 헤쳐 나간다는 뜻이지."


온다리쿠_ 밤의 피크닉







밤의 산책을 좋아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봄의 꽃이 피는 시기, 그 시기의 밤공기에 어울리는 보폭으로 산책하는 것을 좋아한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 그 시기의 밤산책을 나는 좋은 대로 '밤의 피크닉'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언젠가 읽었던 온다 리쿠의 책의 여러 구절이 생각나는 구석이 꽤 많았기 때문이다.


평소엔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것도 어색해하지 않는 편이지만, 꽃이 핀 길을 걷는다면 바로 옆에 좋은 사람이 함께 있는 것이 무엇보다 좋다. "아 곱다." 하고 말했을 때, "응 곱네!"* 하고 돌아오는 말들을 서로 핑과 퐁을 주고받듯 시간 틈새로 공유할 수 있어서다.


작년 봄 꽃놀이는 소박하게 집 앞에서 했다. 가벼운 카메라를 하나 둘러메고 조금 든든하게 저녁을 먹은 뒤 얇은 재킷을 툭 무심하게 걸치고 집 근처를 20분 정도 산책했다. 집 앞 가로수에 핀 벚꽃나무들. 특별하지 않았지만 특별한 풍경이었다. 어떤 계절을 견뎌내고 피어나는 것들을 바라보는 것은, 어떤 의미로 경이롭다. 그것이 매해 반복되는 이벤트 같은 일일지라도. 꽃이 아름다운 건 변하지 않는 진실이니까. 아름다운 풍경을 본다면 역시 순간으로 잡아두는 편이 그럴싸하다. 나는 쭈그려 앉았다가 걷다가 옆에 있는 사람과 가볍게 밤공기에 어울리는 온도로 대화를 나누다가 또 말없이 사진을 찍었었다.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 아직도 어제처럼 느껴지는 그날, '밤의 피크닉'에서 건져 올린 아름다움을 보고 있으면 올해의 피크닉은 어떨까. 나도 모르게 기대하게 되는 마음으로 몽글몽글, 심장이 부드러워지는 느낌이 든다.


어김없이 올해도 봄이 돌아온다. 시기를 맞추어 모든 것이 그렇다는 듯 시계 초분침처럼 순환할 것이다. 필 꽃은 피어나고, 질 꽃은 시간의 너머로 지겠지. 새로운 순은 틔울 것이고, 시작될 것들은 시작되고 침잠할 것들은 가만히 자취를 감출 것이다.


그런 큰 궤도를 도는 계절의 웅장함 앞에서 나는 평소처럼 매일을 흐르다가 어느 날 또 흐드러지게 꽃이 필 적에, 아 오늘은 밤에 소풍을 가야겠다. 생각하게 되겠지. 걷기 좋은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과 함께, 잠시 순간을 봄처럼 따뜻하게 덥혀야지, 하고 결심하게 되겠지.






*타와라 마치의 샐러드 기념일 중 일부 내용에서 영감을 얻어 작성된 문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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