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에이치는 어디로 간 걸까,

by Sunyeon 선연

나는 H와 함께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너의 집에 방문한다. 늦은 시간. 오렌지색 가로등이 기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너의 집은 아주 높은 곳에 있고, 아주 넓은 곳이었다. 외관은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빈 침대가 하나 있는 방으로 안내받는다. 편하게 갈아입을 옷을 찾으니 너는 빳빳한 스트라이프 모양 드레스를 들고 온다. 나는 그건 아니라며 손을 절레절레 젓는다


아. 그래. 너는 나에게 마음이 있었지, 그것도 아주 많이. 나는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오늘 여기에서 묵게 되면 어떤 밤을 보게 되리라는 것도. 그 사실이 이상하지도 두렵지도 않지만, 다만 순리처럼 여겨진다. 마음을 닫고 그러려니 해야 하는 순리. 나는 너에게 화장실을 묻는다. 방이 한 두 개가 아니어서, 오래 헤맨다.

어떤 방은 유아용 화장실, 어떤 방은 어린이용 놀이방. 어떤 방은 거실처럼 보이지만 양변기가 있고,



그렇지만, 결국 나는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한다.

옷을 갈아입는데, 나는 너무 여러 겹의 옷을 입고 있어 그 거추장스러운 스트라이프 드레스를 갈아입는데 꽤나 애를 먹는다. 옷을 벗고 또 벗는 동안 누군가 들어올새라 식은땀이 솟는다.


아니나 다를까 마지막 단추를 잠갔을 때, 네가 문을 연다. 나는 그 방과 연결된 문을 여는데 거기에는 희한하게도

너른 언덕이 있다. 나는 그/그녀에게 '너는 이렇게 탁 트인 공간에서 살아서 좋겠다!'고 말한다. 조금은 진심이 담긴 목소리로. 그/그녀는 말없이 웃는다.


그가 문을 닫고 나간 새, 나는 [그] 문으로 나가 동네를 둘러보는데 어찌 알고 네가 바싹 나를 따라붙었다. 나는 그 아이를 보며 말한다.

'있지, 우리가 만나는 건 오늘이 마지막이었으면 해.'

그/그녀는 긍정도, 부정도 않고 나를 빤히 바라보기만 한다.

울 것 같기도, 웃을 것 같기도 한 얼굴.

나는 너를 '놓아' 주기로 마음먹는다.



매거진의 이전글#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