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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지 Oct 15. 2019

작가 된 지 일 년째

좋은 말과 나쁜 말

  작년에 첫 책이 나온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기 일처럼 축하하고 기뻐해 주었다. 또 한편으로는 이런 걱정의 말을 해 주기도 했다.

  “근데 사람들이 좋은 말만 하지는 않을 텐데, 괜찮겠어?”

그 말에 나는 책을 내도 무관심 속에 순식간에 사라질지 모른다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사실 그런 걱정을 안 한 것은 아니었다. 심지어 출간을 일주일 앞두고 지금이라도 책을 내지 않겠다고 할까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그만큼 정해진 날짜가 다가오자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커졌다.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었다. 물론 실제로 출판사에 그런 얘기는 입도 뻥긋 못했지만.

  그런데 출간 이후 지금까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책이 훨씬 더 많이 팔렸다. 그러면서 이따금 인터넷에 서평도 올라왔다. 나는 그것들을 너무나 떨리는 마음으로 읽었다. 내가 쓴 글을 읽은 어떤 사람의 평가 또한 나에게는 처음이었으니까. 다행히 좋은 말들이 먼저 눈에 띄었는데 나중에는 마음이 좀 쓰이는 평가도 있었다. 그래도 소중한 개인 공간의 한쪽을 할애해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으로 넘겼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생각나는 한 구절이 있다.  

  “괜찮게 쓴 글이었으나 나에게 가치 있는 읽기였는지는 모르겠다.”

  그것은 분명 내 글에 대한 비난도 아니었고 날 선 평가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 부분을 읽고 나자 갑자기 그동안의 내 인생 자체가 가치 없게 느껴졌다. 분명 그런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굳이 그렇게 꼬아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나는 그런 나 자신 때문에 더욱더 좌절하게 되었다. 이 정도의 말에도 이렇게 서운해하면서 진짜 나쁜 말들을 보면 어쩌려고 이러나 싶었다. 생각보다 너무 쉽게 흔들리는 나의 약한 마음에 크게 실망했다. 그래서 이후 최근까지 내 글에 대한 평가를 일부러 찾지는 못했다. 그러다 또 나 스스로에게 많이 실망할까 봐 두려웠다.

  그런데 최근에 한 인터넷 서점에서 다른 책을 사다 갑자기 내 책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실로 오랜만에 검색을 해 보았는데 맨 아래 회원리뷰 칸에서 지난여름에 쓰신 독자 서평 하나를 발견했다. 제목이 ‘뜻밖의 선물’이었는데 그 서평이야말로 나에게 뜻밖의 선물이었다. 그 안에는 과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말들이 가득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말은 이것이다.

  “작가의 글 짓는 실력이 상당히 뛰어나 시간을 잊었다.”

글 쓰는 사람에게는 보기만 해도 절로 힘이 날 수밖에 없는 이 말을 나는 그만 혹시 나쁜 말들을 보게 될까 봐 두려워서 피하다 놓칠 뻔했다.


  이제 작가가 된 지 일 년째. 앞으로 내가 언제까지 글을 쓰게 될지 혹은 얼마만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만한 글을 쓸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이 세상에 나의 글을 내어 놓은 이상 이제는 각종 말들을 피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물며 지금도 이렇게 자진해서 누구라도 볼 수 있는 곳에 글을 쓰고 있지 않은가.

  그러한 말들을 누가 나에게 했는지, 또 얼마만큼 냉철한 것인지 등을 떠나서 그냥 단순하게 내 입장에서 좋은 말과 나쁜 말들이 있을 것이다. 그것들 중에서 나쁜 말들보다는 좋은 말들에 귀 기울일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다고 해서 내 입맛에 맞는 그런 말들만 믿겠다는 것은 아니다. 진심과 애정이 담겨 있는 말은 혹 그것이 내 의도와 생각과는 좀 다를 지라도 기꺼이 받아들이고 넘어갈 수 있더라. 누가 봐도 영혼 없고 쉽게 쓰인 나쁜 말에 내 소중한 마음을 쓰기 싫다. 그것들에 분노하기보다는 정성이 담긴 귀중한 말들에 더 감사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면서 나와는 다른 세상의 많은 사람들과 잘 어우러지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물론 나는 또 알고 있다. 이런 다짐이 무색할 만큼 억울해서 미치고 팔짝 뛰겠는 상황들도 잊을 만하면 생길 것이다. 그런데 그건 작가가 되기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장에도 나는 평생 잊기 힘들 만한 억울한 일을 겪고 여전히 극복 중이니 말이다. 어쩌면 인생이란 그런 크고 작은 억울함들을 견디며 사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그래서 여기에서 조금 더 욕심을 내 보자면 앞으로 뭔가 크게 억울한 일을 겪고 나쁜 말들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뭔가 힘이 될 수 있는 글을 써 보고 싶다. 그게 어떤 것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는데 이렇게 생각하면서 계속 찾다 보면 앞에 어떤 길이 나타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주변을 잘 둘러보면서 살아야겠다. 혼자라고만 생각 말고.

매일의 이야기는 @some_daisy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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