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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지 Jan 04. 2023

12월과 새해

올해의 계획

  고백하자면 나에게 12월은 늘 쉽지 않은 달이었다. 바쁘게 달려온 1년이 무색하게 어느 해에는 크게 아파 한참을 앓았고 어느 해에는 순식간에 무기력에 빠지기도 했다. 특히 12월에 출산의 경험을 한 이후부터는 매해 12월의 그날 전후로 컨디션이 급격히 떨어진다. 올해는 처음으로 떠난 아이의 생일도 잊고 지나갔는데도 마찬가지였다. 의식하지 않아도 몸은 다 기억을 하고 있는 것처럼 굴었다.

  그래도 예전과의 차이가 있다면 이제는 이럴 줄 미리 알고 있다는 것이다. 불과 얼마 전인 작년 12월에도 몸은 잔뜩 무거워지고 기분이 한없이 처졌지만 빨리 벗어나려고 바둥거리지는 않았다. 부디 올해는 안 그러기를 바랐지만 또 지치고 말았나 보다 싶어 그저 견디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미리 약속된 일들을 어기지 않고 다 해 낼 정도는 되었으니 괴로워도 한편으로는 만족했다.

  달과 해가 바뀐 지금은 다시 뭔가를 쓸 수 있다. 전과 달리 이번에는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회복되기를 기다릴 수 있는 조건이었으니까. 몰아치듯 살아 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면 지금까지도 바닥을 보고 있었을 거다. 이 역시 이전의 나에게는 찾아볼 수 없던 태도다. 예전이었다면 또 이랬다며 자책을 하느라 우울한 시간만 늘어났을 것이다.

  현재를 제대로 보고 느끼고 싶은 마음이 전보다 훨씬 더 커졌다. 지나간 것들과 알 수 없는 미래에 휘둘리는 건 너무 오래 했다. 이제는 확정된 것이 없는 삶의 속성을 불안이 아닌 자유로 여기고 싶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흐름에 몸을 맡겨 보겠다.


  나도 타인도 어디서부터 왔는지조차 알 수 없는 틀에 가둬 두지 않겠다. 내가 보고 겪는 것들이 세상에 전부가 아닌 지극히 일부일 뿐이라는 것도 잊지 않겠다. 좁은 시야에 또다시 속더라도 얼른 다시 자세를 고쳐 잡고 싶다. 이것이 올해 나의 계획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 계획이다.       


일상의 이야기는 @some_daisy 에서

책들과의 만남은 @your_jakupsil_miji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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