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지 Jan 15. 2023

백신 접종 후기라면 후기

능숙한 실력

  작년 3월 시작 즈음이었다. 거리두기로 너무 오랜만에 가족들 보러 집에 갔다 누군가의 코로나도 함께 나눠 다같이 일주일 앓고 끝났는데 그런지도 벌써 해가 바뀌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이래저래 고민하다 결국 어제 아침 눈 뜨자마자 네 번째 백신을 맞았다. 이제는 약도 네 가지인가 되어 골라야만 했고.

  살면 살수록 사는 건 그저 선택하고 행하고 결과를 맞이하고의 반복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게 다인 듯하다. 두 번째 맞았을 때 새벽에 응급실도 가고 고생을 많이 해서 긴장했는데 이번 선택의 결과는 며칠 더 지켜봐야겠지만 근육통과 피로 정도이고. 코로나 19인데 올해는 2023년이라니. 여전히 잊을 만하면 주변에 누가 걸렸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변함없이 일주일은 쉬어야 하니 마스크를 알아서들 떼라고 하는 날이 와도 쉽게 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이 글로 정말 기록하고 싶은 것은 어제 만난, 오래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동네 소아과 의사 선생님의 주사 놓으시는 실력. 직접 놔 주시는데 바늘이 잠깐 왔다 갔나 싶더니 끝났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느낌이었다. 주사를 무서워하는 얼마나 많은 어린이들을 만나셨길래 이렇게 안 아프게 주사를 놓으실 수 있는지. 살면서 수많은 주사를 맞았지만 처음이었다. 나란히 맞은 유군도 집으로 돌아와서까지도 한참을 감탄했다.

  진심과 성실로 쌓인 숙련된 솜씨니 그동안을 모르는 사람도 이렇게 바로 알아볼 수 있겠지. 애초에 타고난 조건이나 사회적 위치를 들어 폄훼하기에는 경이롭다. 삶에는 머리로 익힌 지식만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더라. 이런 것들을 목격하고 느낄 때마다 겪은 일들에 대한 억울함과 지나가는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 점점 더 줄어든다. 나에게도 앞으로 무슨 일들이 남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나가면 그 끝에는 무엇이든 남아 있을 테니까.


일상의 이야기는 @some_daisy 에서

책들과의 만남은 @your_jakupsil_miji 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12월과 새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