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숙한 실력
작년 3월 시작 즈음이었다. 거리두기로 너무 오랜만에 가족들 보러 집에 갔다 누군가의 코로나도 함께 나눠 다같이 일주일 앓고 끝났는데 그런지도 벌써 해가 바뀌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이래저래 고민하다 결국 어제 아침 눈 뜨자마자 네 번째 백신을 맞았다. 이제는 약도 네 가지인가 되어 골라야만 했고.
살면 살수록 사는 건 그저 선택하고 행하고 결과를 맞이하고의 반복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게 다인 듯하다. 두 번째 맞았을 때 새벽에 응급실도 가고 고생을 많이 해서 긴장했는데 이번 선택의 결과는 며칠 더 지켜봐야겠지만 근육통과 피로 정도이고. 코로나 19인데 올해는 2023년이라니. 여전히 잊을 만하면 주변에 누가 걸렸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변함없이 일주일은 쉬어야 하니 마스크를 알아서들 떼라고 하는 날이 와도 쉽게 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이 글로 정말 기록하고 싶은 것은 어제 만난, 오래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동네 소아과 의사 선생님의 주사 놓으시는 실력. 직접 놔 주시는데 바늘이 잠깐 왔다 갔나 싶더니 끝났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느낌이었다. 주사를 무서워하는 얼마나 많은 어린이들을 만나셨길래 이렇게 안 아프게 주사를 놓으실 수 있는지. 살면서 수많은 주사를 맞았지만 처음이었다. 나란히 맞은 유군도 집으로 돌아와서까지도 한참을 감탄했다.
진심과 성실로 쌓인 숙련된 솜씨니 그동안을 모르는 사람도 이렇게 바로 알아볼 수 있겠지. 애초에 타고난 조건이나 사회적 위치를 들어 폄훼하기에는 경이롭다. 삶에는 머리로 익힌 지식만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더라. 이런 것들을 목격하고 느낄 때마다 겪은 일들에 대한 억울함과 지나가는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 점점 더 줄어든다. 나에게도 앞으로 무슨 일들이 남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나가면 그 끝에는 무엇이든 남아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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