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망가는 사람에 속했다. 나는 늘 그랬다. 누군가 고백을 한대도, 겁이 많아서 일을 치지도, 벌여놓지도 않는 인생이었다.
나이 먹고 세상을 둘러보니, 나와 같은 사람들이 존재했다. 그래서 나는 내 인생에서 도망치는 속도를 조금 늦춘다. 같이 가기로 한 사람들 덕분에 나는 조급함을 버렸다.
악과 선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 때 그 때 주어진 상황에 대한 선택만 있을 뿐이라고 나는 회고한다. 나는 이미, 아마도 그러고 싶지 않았나보다. 이젠 다 지나갔으니 괜찮아서, 아직 세상은 살 만 하다고 생각한다. 이해는 그렇듯 다른 새싹을 움트게 한다.
나는 다른 이의 생과 더불어 살았다. 그들이 일컫는 것은 누군가에게 의한 명령이나 복종도 아닌, 사랑 그 자체였다. 이제는 가야지, 떠나야지. 나는 과거를 그렇게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