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아이]_장윤경
꽉 찬 보름달 보다 손톱달이 뜬 밤하늘이 유독 마음에 포근함을 꽉 채워주는 느낌을 받곤 했다. 주말부부인 우리에게 찾아온 첫 아이. 새벽 첫 수유시간이 육아를 하는 하루의 시간 중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수유를 마치고 다시 잠든 아이를 눕히고는 창가로 가 바라본 동트기 전 남보랏빛의 하늘에 떠있는 달을 보면 “수고했어!” 혹은 “오늘도 힘내자!”하는 넓게 번져오는 달빛의 포근함으로부터 전해지는 마음의 위로가 외로운 홀로 육아를 버티게 해 준 소소한 힐링이 되었던 것 같다.
[달과 아이]
연못가에 앉아 작은 돌 하나를 톡 하고 던진 아이.
하얀 물결이 달에 가 닿았어.
달도 조용히 다가와 아이의 발등을 간질였어.
달과 교감하는 그림책 속 아이와 같은 마음이었다. 아이를 낳고 난생처음 겪어내는 하루일과의 패턴들에 스며들듯 적응해 갈 수 있었던 건 아이와 둘 뿐인 집안의 고요함 속에 두세 시간 간격으로 일어나 수유를 하던 신생아 시절의 부족한 수면을 충전시켜 주던 달이 준 나만의 힐링 루틴이었던 것 같다. 달과 해가 바통 터치를 하는 그 시간에 하늘빛은 매일매일 봐도 새롭고 한참을 넋 놓고 바라보게 한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 내 핸드폰 속에는 하늘사진으로 가득했었다. 특히 지는 해로 붉게 물든 노을과 막 어둑해져 손톱모양으로 빛나는 달 사진. 남들이 보기에는 다 같아 보이는 하늘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매일매일 다른 모습에 다른 색감에 하늘이 너무 특별했다. 초등학생시절 주말마다 실내화를 빨아 동생과 옥상에 올라가 실내화를 널며 바라봤던 구름사이로 쏟아지는 햇살 가득했던 하늘, 여행 중 비행기 안에서 마주했던 구름 위 노을, 한 겨울 엄마와 함께한 새벽특별 기도회예배 가는 길에 만난 새벽하늘은 가장 포근하고 따뜻했다. 하늘 위에서 일을 하고 싶다며 꿈꾸던 스튜어디스의 꿈. 나에게 하늘에 달과 구름의 다양한 표정은 비싼 돈을 주지 않고도 맘껏 누릴 수 있는 가장 쉬운 엔도르핀을 가득으로 채워주는 충전스위치였다.
둘은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가까워졌어.
긴 여름 동안, 달과 아이는 아주 특별한 친구가 되었지.
어린아이와 둘 뿐이던 평일의 나날들 홀로 육아에서 오는 수많은 감정들, 남편에게 갖게 되는 서운함을 온 세상 가득 번져나가는 달빛의 토닥임으로 대신 위로받았던 것 같다.
“친구야, 네가 있는 곳이 어디라도 내가 함께 있을게!”
달도 아이도 이제 외롭지 않아. 둘은 언제까지나 서로의 마음속에 있으니까
아이가 조금 커 말문을 틔우고 나서 처음으로 엄마인 나에게 읽어준 책이 [달이 따라와요]였다. 책을 보지 않고도 외울 만큼 나도 이 책이 참 좋았다. 외출을 하고 밤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창밖에 보이는 달을 보며 아이와 책 없이도 줄줄 외워 이야기해 주던 책. 산책길에 보이는 달을 가리키며 “엄마! 달이 우리를 따라와요!” 하면 또 그림책 속 주인공이 되어 보기도 했던 책. 아기 곰들을 자꾸만 따라오는 달, 천천히 걸어가도 빨리 뛰어가도 언덕 위로 올라가도 언덕 아래로 내려가도 숨바꼭질까지 하며 곰을 따라가는 달. 달과 곰들이 숨바꼭질하는 장면에서 아이 특유의 완성되지 않은 발음으로 “까꿍!”, “풍덩!”만을 따라 하던 아이가 그림을 보며 내용을 읽어주는 모습에서 아이의 성장이 느껴져 가슴 뭉클해지던 날이었다. 그림책 속 아가 곰이 어디를 가든 어떤 속도로 가든 항상 옆에서 지켜봐 주는 달의 모습에 엄마를 담아내고 달과 숨바꼭질하다 [달아! 우리는 코 잘 거다. 너 혼자 놀아] 라며 점점 엄마와의 분리로 독립해 가는 곰들의 모습에 아이가 담기던 날이었다. 이 작은 그림책이 이렇게도 마음의 감정 선을 흔들어내는 큰 힘이 있다니.. 나에게도 아이에게도 달은 언제 어디서나 나를 따라오는 나를 지켜봐 주는 친구가 되었다. 나의 정서가 아이에게 물들어 감을 느끼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