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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신 Nov 22. 2019

반지에 얽힌 추억

어머니의 가락지

내 손에는 반지 하나가 끼워져있다. 

얼마 전 장모님이 선물하신 결혼반지다. 우리 부부는 결혼반지도 없이, 흔한 예물, 예단도 없이 결혼을 했다. 결혼 할 당시에는 주방에서 근무를 하고 있어서, 반지가 필요없었다. 반지 하면 생각나는 기억이 있어 그렇게 반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았다. 


재수를 하던 때로 기억이 난다. 

"엄마 학원비 줘~!"

"그래 내일 줄께"

다음날 점심에 어머니가 학원으로 찾아오셨다. 늘 바쁘셨던 어머니라 매우 낯설고 좋았다. 맛있는 점심을 먹고 아버지 친구분이 하는 금은방으로 가셨다.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손에 끼고 계시던 금가락지 3개를 전부 파셨다. 받은 돈을 나에게 주면서 학원비로 쓰라고 하셨다. 


아직도 그 기억이 생생하게 난다. 그 후 어머님의 빈 손가락을 보면 늘 마음이 아팠다. 엄청난 슬럼프가 왔다. 이렇게 공부를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혼돈이 올 정도로 깊었다. 시간이 지나 어머님 나이의 중년 여성이 낀 금가락지를 보면 그때가 생각난다. 빈 어머님의 손가락과 그 분의 손가락이 겹쳐지면서 마음 속 깊은 곳의 아련함이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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