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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는 일이 없을 때도 가치를 번다

by 메이다니

프리랜서를 시작했을 때, 내가 생각한 자유는 아주 단순했다. 열심히 일하고, 그에 맞는 돈을 벌고, 내가 번 시간과 에너지를 내가 원하는 곳에 쓰는 삶. 일한 만큼 받는다는 구조가 명확했고, 누군가의 위계 아래 있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일이 많고 바쁠수록 내 능력이 증명되는 것 같았고, 바쁨을 자랑처럼 여겼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어느 정도 일을 쌓고, 반복되는 사이클을 경험하면서 자유라는 말의 진짜 무게가 달라졌다. 지금의 나는 여전히 일하지만, 더는 ‘바쁨’이 내 가치를 말해주는 잣대는 아니다. 이제는 여유를 선택할 수 있는 순간이 진짜 자유라는 걸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예전에는 일이 없으면 불안했다. 누군가 나를 부르지 않으면, 내가 세상에 잊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아무 연락도 없는 평일 오후에 가족과 밥을 먹고, 친구와 오래 이야기하고, 반려동물과 햇볕 아래서 멍하니 있는 시간이 더 값지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일하지 않는 시간이 ‘낭비’가 아니라, ‘회복’이란 걸 알게 된 것이다.

예전에는 나를 증명해야만 했지만, 지금은 조금은 나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옮겨가는 중이다. 일정이 비면 그걸 죄책감이 아니라 숨 쉴 틈으로 받아들이고, 누군가의 기준이 아니라 나의 리듬을 중심에 놓으려고 한다. 물론 완전히 자유롭다고 말할 수는 없다. 아직도 가끔은 불안하고, 여전히 다음 달이 걱정되지만, 그럼에도 내가 ‘선택한 여유’를 누릴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내 마음은 이전보다 훨씬 덜 조급하다.

그 여유 속에서 잊고 지냈던 것들이 돌아온다. 오랜만에 전화를 건 가족, 한참을 못 만났던 친구, 벽에 기대어 흐르듯 지나가는 계절의 공기. 그런 것들과 다시 연결될 때, 나는 더 이상 프리랜서라는 말이 고립이나 불안을 뜻하지 않게 되길 바란다. 혼자 일하지만 혼자 살고 있진 않다는 걸, 그 조용한 여유 속에서 확인하게 된다.

예전엔 프리랜서로 돈을 버는 게 자유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다르다. 진짜 돈을 버는 것뿐만 아니라, 친구들과의 한 끼 식사, 가족과 함께 보내는 한나절의 평온 같은,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순간들을 ‘벌고’ 있다는 것.


그게 이 삶, 프리랜서의 진짜 보상이다.
그리고 이것이 프리랜서로서 느끼는 진짜 자유이기도 하다는 걸 인정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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