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세계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학벌도, 나이도, 이전 커리어도, 아무런 공통점 없이 ‘하고 싶은 일’을 향해 모인 사람들. 그래서 오히려 겉보기엔 자유롭지만 속은 더 복잡한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누구는 배운 게 너무 많고, 누구는 삶이 너무 빠르고, 누구는 그저 취향 하나로 이곳에 들어와 있다. 어떤 사람은 대화 몇 마디 만으로도 '와, 이런 사람과 일할 수 있다니' 싶을 만큼 자극을 주고, 배우게 한다. 그래서 진심으로 존경하게 되는 순간도 있다.
그런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의 끝도 있다.
가끔은 마주하고 싶지 않은 내면을 가진 사람도 있다. 소통을 가장한 비난, 리더십이 아닌 감정적 권력 행사, 혹은 말할 수 없는 선을 넘는 태도.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되면, 하루가 아닌 며칠을 통째로 소모해버린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사회라는 이름 아래 어차피 어디에든 존재하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프리랜서에게는 그걸 중재해줄 상사도, 사수도, 부사수도, 스승도 없다. 오로지 내가 견디고, 내가 정리하고, 내가 다음을 결정해야 한다. 그 관계가 잠깐일수록 더 피로하다. 오래갈 것도 아닌 인연인데, 내가 감당해야 하는 감정은 왜 이토록 많은 걸까.
가장 슬픈 순간은 나로서 지키고자 했던 최소한의 신념조차 잠시 내려놔야 할 때다. 어떤 말도, 어떤 원칙도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나를 잠깐이라도 묻어버려야 일이 굴러가는 순간. 그럴 때마다 속으로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 싶은 현타가 온다. 그러고 나면 프리랜서라는 이름 자체가 부끄러워질 때도 있다. 정말 괜찮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걸까. 내가 이 일을 계속 해도 될까.
프리랜서로 일하며 가장 힘든 순간은 나와 전혀 다른 지향점, 인간성, 역치를 가진 사람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엮여야 한다는 점이다. 일정도 일도 나 혼자 결정할 수 있지만, 사람만큼은 그렇지 않다. 어느 팀에 들어가든, 결국 사람이다. 그리고 그 사람이 가진 내면이 때로는 나를 소진시키는 가장 큰 이유가 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자아를 다잡는다.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누가 나를 보호해주지 않기에, 나라도 나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으로. 강대국 사이에 끼인 작은 국가가 고유의 언어와 전통을 지키며 살아남는 것처럼,
내가 내 세계를 유지하기 위해 지켜야 할 건 결국 내 자아다.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괜찮다고 여기는 감정,
내가 지키고 싶은 말투,
내가 밟지 않겠다고 다짐한 경계선.
그 모든 것들이 오늘도 흔들릴 수 있는 이곳에서.
거대 국가들 주변에 어떻게든 끈질기게 오늘을 살아내는 소수민족의 마음으로
나는 오늘도 끈질기게 내 자아를 키워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