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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로서 버텨야 하는 것은

쉽게 들어가면 버티기 어렵고, 어렵게 들어가면 버티기 쉬운 줄만 알았는데

by 메이다니

프리랜서라는 직업은 얼핏 보면 진입장벽이 낮아 보인다. 명함이 필요하지도 않고, 출입증도 없고, 면접이나 평가 없이도 일할 수 있는 구조가 많다. ‘경험’이나 ‘인맥’이라는 말로 얼버무리기도 쉽고, 우연한 기회로 시작되는 일도 많다. 그래서 처음엔 이 일이 조금은 가벼워 보이기도 한다. 자유롭고, 유연하고, 선택의 여지가 많아 보이는.


실제로 나도 그랬다. 그렇게 어렵게 시작한 건 아니었다. 기회가 왔고, 놓치고 싶지 않아 잡았고, 그렇게 하나하나 이어지면서 어느덧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시간이 10년을 넘겼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갈수록 더 힘들어졌다. 이 일을 ‘어떻게 시작했는가’보다 더 중요한 건, 얼마나 오래 버티고 있는가라는 걸 나중에서야 알게 됐다.


쉽게 들어온 만큼, 쉽게 흔들린다. 일이 끊기면 나도 사라지는 것 같고, 다음 일에 대한 불안은 늘 현재의 집중을 방해한다. 처음에는 자유가 주는 쾌감에 취해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자유는 나를 조이는 불안의 얼굴을 하고 다가온다. 그리고 문득 깨닫게 된다. 이 일은, 진짜로 버티는 사람이 남는 구조라는 걸.


어렵게 들어간 사람은 다르다. 수없이 고민하고, 선택하고, 준비해서 진입한 사람은 웬만한 불안과 공백 앞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그 사람은 이 일을 ‘운명처럼 받아들이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의 구조로 세운 사람’이다. 나는 처음엔 그저 기회를 흘려보내기 아까워 시작했던 사람이라,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그 생각이 버티는 데 가장 큰 장애가 된다는 건 나중에서야 알았다.


프리랜서는 자격을 얻는 직업이 아니라, 유지하고 축적하는 직업이다. 그래서 들어가는 방식보다 버티는 방식이 더 그 사람을 설명해준다. 예전엔 버틴다는 건, 일이 많고 힘들 때만 해당되는 말인 줄 알았다. 밤새워 일하고, 감정 다 눌러가며 회의를 견디고, 피드백을 몇 번이고 고쳐내며 버티는 것. 그게 전부인 줄 알았다.


그런데 진짜 버텨야 하는 순간은, 일이 없을 때였다. 아무 연락도 없고, 메일함이 조용하고, 다음이 보이지 않는 그 고요한 구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게 진짜 버팀이었다. 일이 없을 때, 존재감까지 사라지는 기분을 견디는 것. 마음이 먼저 무너지지 않도록 붙잡는 것. 그게 더 어려웠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버티고 있다. 누구보다 조용히, 누구보다 꾸준히.

존버가 승리한다는 마음으로.
그 마음 하나로 여기까지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가보려 한다.


프리랜서란 결국, 일이 있을 때보다 없을 때를 어떻게 견디는지가 진짜를 만든다는 걸 이제는 안다.
그리고 그걸 아는 사람이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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