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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희영 Mar 28. 2020

운동을 하지 않으면 밥이라도 건강하게 먹자

나트륨은 채소가 막아줄 거야!


 침대에 누워 있는 시간이 늘어났고 운동량은 여전히 0에 수렴한다.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되지 않는 기분이 들어 뭘 먹어도 얹힌 것처럼 답답했다. 식사가 귀찮아 라면이니 빵이니 밀가루를 자주 먹은 탓이었다. 몸을 신선한 것으로 가볍게 채워야 할 때가 왔다.


강원도 텃밭에서 방금 막 뜯어 온 상추. 잘 여물어 새콤달콤한 앵두는 후식으로 먹었다.


 무엇을 먹을까 하다가 작년 여름 강원도에 사는 친구네 집에서 먹었던 쌈밥이 생각났다. 텃밭에서 톡톡 꺾어 온 푸른 잎채소에 양념을 턱 얹어 야무지게도 먹었었지. 번거롭지도 않고 아삭아삭한 식감도 좋아 간편한 한 끼 식사로 딱이다. 마침 상추도 한 봉지 남았겠다, 함께 먹을 양념 참치를 만들기 위해 찬장을 열었다.


 참치캔의 기름은 최대한 빼주고 양파는 적당량 다진다. 간장을 휘휘 두르고 고춧가루를 살짝 뿌려주면 금방 완성이다. 고슬고슬한 밥을 담고 찬물에 담가 생기를 찾은 상추는 물기를 잘 턴 뒤 풍성해 보이도록 접시에 담아준다.

 한 쌈 크게 싸서 입에 밀어 넣자 싱싱한 채소의 풋내가 느껴진다. 밥을 너무 많이 넣은 탓에 참치가 밍밍하게 느껴진다. 결국 쌈장을 살짝 집어 먹는다. 어마어마한 나트륨의 맛이 혀를 강타하지만 채소를 먹고 있으니 이 정도는 괜찮을 거다.


 

 한낮의 여유로운 소처럼 쌈밥을 우물우물 씹다 보니 열어둔 창문 사이로 3월의 바람이 들어온다. 어느덧 온기가 느껴지는 바람에 이제야 봄이구나를 느꼈다. 꽃몽우리가 둥글게 웅크렸다 한껏 피어나는 계절인데 세상은 아직 어둡기만 하다. 사방에서 슬픈 소식이 들려오니 인터넷을 들여다봐도 두려움과 한숨뿐이다. 얹힐 것 같은 기분에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밥 먹으면서 핸드폰 하는 습관이 이렇게 고쳐질 줄은 몰랐다. 우리는 여전히 작은 불빛에 의지한 채  검고 넓은 우주를 겨우 비춘다.


 밝은 것만 보면서 살고 싶은 요즘이다.  저 멀리 달도 가고 깊은 바다도 들여다보는 시대가 왔지만  한 번 무너진 것들에 대해 질서를 바로잡는 일만큼은 영 쉽지가 않다. 그러는 사이 정말 '우당탕탕'이었던 2020년의 1/4도 끝나간다. 한 달 한 달 달력을 넘기는 마음이 그저 허탈하다. 남은 9장의 달력을 넘길 동안 나쁜 일이 생기지 않는다면  나는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부디 잘 정돈된 가지런한 일상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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