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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희영 Feb 15. 2021

먹고 산다는 것

여기 이 귀여운 팬케이크에는 철없는 전설이 있어

 


 브런치에 마지막 업로드가 언제인지 보니 작년 7월 29일이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동시에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되었다. (대충 힘든 일이 많았지만 지나고 보니 별거 아닌 일이었다는 아주 뻔한 이야기) 

 2020년 겨울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만큼 순식간이었고 2021년 새해는 그보다 더 빠르게 나를 지나쳐갔다. 나이를 한 살 더 먹었고 대학교 졸업이 코앞으로 다가왔으며 이제는 진짜 내가 먹고살 길을 찾아야 할 때가 온 것이다. 

 한국인만큼 밥에 진심인 민족이 있을까.  밥을 사 먹든 지어먹든 아무튼 먹기 위해 돈을 번다. 적어도 나에게는 직업의 의미가 그렇다. 굶어 죽지 않기 위해서. 그래서 나는 먹고살 길을 찾아야 한다.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부러워진다. 좋아하니까 열정적으로 뛰어들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돈이 됐다고. 나는 가슴을 찌르르 울리는 시집의 한 문장, 굵은 기타 줄 튕기는 소리, 귀엽게 생긴 것들과 맛있는 음식을 좋아한다. 취미가 많은 덕에 인생이 지루하지는 않지만 대체 무엇으로 먹고 살 건지 아직 모르겠다. 가슴을 찌르르 울리는 밥을 짓는 재주는 없으니, 일단 귀여운 모양새로 꾸며는 본다. 아기자기한 일본 도시락 영상이 내 유튜브 알고리즘에 자주 등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팬케이크 반죽을 둥글게 올리고 티스푼으로 슥슥 길게 그어 토끼를 만들어준다. 곰돌이는 반죽을 뜨고 남은 숟가락 앞부분으로 동글동글 귀 모양을 잡는다. 반죽 위로 기포가 올라오면 잽싸게 뒤집는다. 프라이팬에 고르게 열이 가해지지 않아 얼룩무늬 동물친구들이 되었지만 귀여우니 봐주도록 하자. 

 초콜릿 시럽으로 눈과 코, 수염을 그려주니 동화책에서 본 것 같은 모습에 비식 웃음이 나온다. 스무 살이 훌쩍 넘었어도 나는 여전히 이런 것들이 좋다.  


 아주 오래도록 철없는 학생이고 싶었는데 이제는 내가 어른이란다. 지루한 옷을 입고 온갖 자격증을 따러 여기저기 뛰어다닐 한 해가 예상된다. 무엇이 됐든 내 자리 하나쯤은 있을 거라 믿으며 조만간 만들 하트 모양 계란말이 틀을 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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