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라는 건 참 어렵다

by someformoflove

누군가 말했었다. 사람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그 시간을 누구와 어떻게 나누느냐에 따라 관계의 질이 결정된다고. 나는 그 말에 동의한다. 늘 그렇다. 관계란 건 결국 시간의 싸움이니까.


많은 사람들과 가볍게 스쳐 지나가는 삶을 사는 이들을 보면 가끔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물론 그들에게도 나름의 이유와 방식이 있겠지만, 나는 그런 만남의 연속 속에서 깊이를 찾을 수 없었다. 하루하루,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시간을 쪼개는 게 무슨 의미일까? 가벼운 대화, 피상적인 웃음들, 끝나면 더 이상 생각나지 않는 이름들.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문득 식당에 비유하게 됐다. 미슐랭 3 스타 같은 관계와 동네 밥집 같은 관계. 미슐랭 식당은 예약도 어렵고, 한정된 사람만을 대상으로 하니 그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한 끼의 식사를 위해 셰프와 직원들이 온 힘을 다해 준비한다. 반면, 동네 밥집은 하루 수천 명이 찾아와도 누구나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다. 대단한 서비스나 요리를 기대하진 않지만, 편하게 찾아가서 배를 채울 수 있는 곳이다.


손님 입장에서 보면 동네 밥집 같은 관계가 더 편하고, 자주 생각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관계를 대하는 태도는 조금 다르다. 나는 누군가와 만나면, 미슐랭 식당처럼 한 번의 만남이라도 깊고 진지하게 대하고 싶다. 나를 위해 시간과 마음을 내준 사람에게, 그만큼 좋은 기억을 남기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다.


아이러니한 건, 정작 내가 누군가의 초대를 받을 땐 그렇지 않다는 거다. 나는 격식 없이 가볍게 만나는 걸 좋아한다. 뭔가를 기대하거나 요구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내가 누군가를 초대할 땐 항상 다르다. 그 사람이 나와 함께하는 시간을 후회하지 않도록, 가능한 한 완벽한 계획을 세운다. 음식을 준비하고, 대화를 준비하고, 분위기를 준비한다. 나름대로의 정성과 애씀이다.


그런데 이런 태도가 항상 좋은 결과를 만드는 건 아니다. 나와 달리, 가벼운 만남만을 추구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어딘가에서 틀어지기 마련이다. 그들은 내 정성을 부담스러워하고, 나는 그들의 가벼움을 피곤해한다. 서로의 속도가 다르고, 기대가 다르니 결국 지쳐버린다.


관계는 어렵다. 가끔은 내가 너무 고집스러운 건 아닌가 싶다가도,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내게 남는 건 허무함뿐일 거란 생각이 든다. 피상적인 관계들 속에서 길을 잃고 싶지 않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나를 이해해 주고, 함께 깊이 들어가 줄 사람들을 찾는다. 비록 그 수가 적더라도,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과 진득하게 시간을 쌓아가는 게 내가 원하는 관계의 모습이다.


결국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니라 밀도다. 그러니, 나에게 맞는 속도를 찾는 것. 그것이야말로 관계의 어려움 속에서 내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답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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